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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글방29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 <일의 기쁨과 슬픔> (비교적 최근이긴 하지만) 정세랑 작가의 책을 읽으며 21세기 우리네 작가들이 쓰는 글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었다. 박완서나 신경림으로 대표되던, 또 그보다 시간을 좀 더 두고 나타난 김영하 등의 비교적 젊은 작가들과도 정세랑, 김초엽 등 80년대생 작가들의 작품은 또 도드라지게 다르다. 이 책은 거기에 자신의 이름 한자를 더 새긴 86년생 작가의 단편집이다. ​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더 이상 우리는 시대의 담론이었던 노동이니 인권이니 하는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오늘을 잘 살아내는가이다. 물론 이 역시 간단치는 않다.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듯한 민폐투성이 빛나 언니가 문득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월급을 포인트로 받게 된 거북이알님이 포인트를 돈으로 바꾸어.. 2021. 6. 28.
한국의 블랙미러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언젠가부터 서점이나 도서전에 갈 때마다 정세랑 작가의 와 함께 김초엽 작가의 이 책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놓여있었다. 우연찮게(뒤늦게) 책을 선물 받고 단숨에 읽었다. 후배와 정세랑, 김초엽, 장류진 같은 젊은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글이 담백하고 깔끔하고, 똑똑하다는 느낌이 글에서도 뚝뚝 묻어나는데 프로필 보면 예쁘기까지 하다. 뭔가 불공평한 것 같지만 그래도 2020년 이후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라인업이 이 정도의 글을 쓴다는 사실에 그냥 감탄했다. 누가 그랬나. SNS하고 유튜브 보고 자란 애들은 글 못 쓴다고. 세간의 평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은 글을 쓰고 그 글 안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투영해 낸다. 지금도 충분한 이들의 글에 세월이 더 해지면 정말 대문호가 한국에서도 나올.. 2021. 6. 27.
우린 왜 여행책을 읽을까? <여행책은 아닙니다만> 사람들은 여행책을 왜 읽을까? 그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서? 아니면 내가 너무 좋아하는 곳이어서 글로나마 그곳을 경험하고파서? 혹은 이도 저도 아니라 그냥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이 좋아서? 그러고 보니 내 손에는 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여행책이 들려있을까. ​ SNS 속의 여행 꾼들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지만 나 역시 여행으로 출장으로 20개국 정도를 돌아보았고, 그 기록들을 꾸준히 인스타(@minhyuk_pic)에 쌓고 있다. 아직 정리되지 못한 사진과 이야기들이 많지만 붙잡고 쓸 시간이나 여유는 없고 하루 한장 업로드 하기 급급하다. 그런데 그 업로드를 하기 위해 매일 앨범을 들추는 작업이 꽤나 즐겁다. 5분만 했는데 어느 사진 한 장에 꽂혀 실실거리다 하루가 끝나기도 한다.. 2021. 6. 26.
건축에서 얻는 인사이트 <공간이 만든 공간> 최근 부동산 정책에 반기를 들며 유튜브에서 핫해진 유현준 교수의 책이다. 신간이라기엔 이미 지난해 나와버려서 좀 애매하지만 서점에 가면 꽤 핫코너에 비치되어 있다. ​ 알쓸신잡에서도 보여줬지만 유현준 교수는 꽤나 센 이빨을 가진 이야기꾼이다. 그는 맛있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유튭 속 그의 이야기도, 그의 책도 무리 없이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아니 심지어 재미있다. ​ 그는 먼저 동서양 문화의 태동을 따라간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나일강, 동서를 가르는 황하를 예로 들어 동서양이 맞닥뜨린 시대와 또 환경의 제약, 그에 따른 삶의 양식이 동서양의 건축을 통해 어떻게 달라졌고 또 인류를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분석한다. 세계사 시간에 졸았더라도, 건축공학 같은 거 들어본 적도 없어도.. 2021. 6. 25.
다시 만난 세계 <어린이라는 세계> 국민학교 2학년 때였나? 수많은 방학 숙제 중 하나로 그림일기가 있었다. 물론 나는 주로 개학 전날 한 달 치 일기를 몰아 쓰는 작가였고, 그날 밤도 여지없이 창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상상력이 폭발해 버린 나는 새총으로 참새를 잡았고 그 참새를 구워서 친구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는 뻥을 치고야 말았다. 언젠가 엄마 손에 이끌려 지나가던 포장마차에서 분명 ‘참새구이’란 단어를 보았다. ​ 며칠 뒤 선생님은 나를 따로 불러 진짜로 이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 뉘앙스가 체벌이었는지 어른의 단순한 호기심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선생님의 그 질문에 나는 울음보가 터졌고 아니라고 진짜라고 엉엉 울어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그 후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 책은 읽는 동안 계속 빙그레 .. 2021. 6. 24.
좋은생각을 모른다구요? <푸름이 밀려온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예쁜 단어로 포장된 짧은 글을 보며 “야 이거 에 나오는 글 같애!” 라고 외쳤을 때 90년대생 팀원 두 명이 “그게 뭐예요?”라고 답했다. 이걸을 어떻게 설명하나 난감하던 차에 에서 보내준 책이 도착했다. 이 책을 보여줄 생각이다. ​ "이런 게 의 콘텐츠야" ​ 제목이 참 좋았다, 푸름이 밀려온다니.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 바람은 너무 차고 선풍기 바람에는 말라버릴 것 같은 그런 날 숲에서 불어오는 딱 원하는 만큼의 시원함. 그 푸름이 밀려온다니 표지와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실 난 좋았다. ​ 책은 시와 시인의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고 보니 카드 뉴스나 웹툰은 매일 같이 보는 것 같은데 우리가 시를 마지막으로 읽은 것은 언제였을까. 오랜만에 만나는 시의 리듬감도 푸르.. 2021.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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