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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책방

한국의 블랙미러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by 짱고아빠 2021.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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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서점이나 도서전에 갈 때마다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와 함께 김초엽 작가의 이 책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놓여있었다. 우연찮게(뒤늦게) 책을 선물 받고 단숨에 읽었다. 후배와 정세랑, 김초엽, 장류진 같은 젊은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글이 담백하고 깔끔하고, 똑똑하다는 느낌이 글에서도 뚝뚝 묻어나는데 프로필 보면 예쁘기까지 하다. 뭔가 불공평한 것 같지만 그래도 2020년 이후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라인업이 이 정도의 글을 쓴다는 사실에 그냥 감탄했다. 누가 그랬나. SNS하고 유튜브 보고 자란 애들은 글 못 쓴다고. 세간의 평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은 글을 쓰고 그 글 안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투영해 낸다. 지금도 충분한 이들의 글에 세월이 더 해지면 정말 대문호가 한국에서도 나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벌써 뭉클해진다. 아 설레발은 이까지 하고.

7개의 단편은 우리를 우주 한복판으로 혹은 미래의 어느 순간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모든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은 잃어버린, 혹은 살면서 반드시 물어야 할 것들을 묻는다. 어른들은 이 땅이 유토피아라고 말했는데 이곳을 떠나기로 한 이들은 왜 그랬는지, 길을 떠나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드시 가야 할 곳으로 떠나는 이의 마음은 어떤지, 우주 반대편에 대한 인류의 소망에 '가봐야 별거 없을 거 같은데?' 하며 심드렁하게 심해로 떠나버리는 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사람은 우울과 분노의 감정을 돈을 주고 소비하는지까지. 작가는 미래를 거울로 오늘날 우리를 투영해 낸다. 또 미래가 정말로 좋은 곳일지는 모르나 그 미래에도 존재할 소수자들의 이름들을 기억해 낸다. 모든 에피소드의 질문에 나름의 대답을 해보며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블랙미러> 시리즈를 좋아한다. 이 시리즈의 팬이다 보니 책의 여러 군데서 에피소드들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김초엽 작가가 <블랙미러>의 시나리오를 쓰는 상상을 해보았다. 다들 왜 이렇게 멋진 거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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