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짱고책방

우린 왜 여행책을 읽을까? <여행책은 아닙니다만>

by 짱고아빠 2021. 6. 26.
반응형

사람들은 여행책을 왜 읽을까? 그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서? 아니면 내가 너무 좋아하는 곳이어서 글로나마 그곳을 경험하고파서? 혹은 이도 저도 아니라 그냥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이 좋아서? 그러고 보니 내 손에는 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여행책이 들려있을까.

SNS 속의 여행 꾼들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지만 나 역시 여행으로 출장으로 20개국 정도를 돌아보았고, 그 기록들을 꾸준히 인스타(@minhyuk_pic)에 쌓고 있다. 아직 정리되지 못한 사진과 이야기들이 많지만 붙잡고 쓸 시간이나 여유는 없고 하루 한장 업로드 하기 급급하다. 그런데 그 업로드를 하기 위해 매일 앨범을 들추는 작업이 꽤나 즐겁다. 5분만 했는데 어느 사진 한 장에 꽂혀 실실거리다 하루가 끝나기도 한다. 사진이, 여행이 이렇게나 무섭다.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남미와 네팔. 딱 내가 안 가봤고 가보고 싶은 곳만을 정확히 짚어 작가는 그곳의 풍광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게하에서 겪은 혹은 길 가다가 만난 어떤 이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일지언정 그 이야기 곳곳에 안나푸르나와 우유니, 아이슬란드의 오로라 내리는 하늘이 묻어나기에 허투루 넘기기 힘들다. 책을 낸 사람으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글쓴이는 글을 참 맛있게 쓴다. 문단과 문단이 질리지 않고 리듬을 탄다. 그는 배우라 소개하지만 작가가 더 어울릴듯한 그의 이야기를 다 듣자면 하룻밤은 족히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는 아쉽지만 책은 33개의 이야기만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끝나면 모닥불 피운 사막 한가운데 나만 남은 것 같다는 어느 추언이의 말처럼 뭔가 꽉 찬 나를 보게 된다. 언제 그의 이야기를 다시 펼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충분히 들어줄 의향이 있다.

코로나에 갇혀버린 2020년의 끝자락에 두어 시간 나를 세상의 끝으로 데려가 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다 문득 고양이 키우는 사람은 다 훌륭하다는 오래된 잠언이 떠올랐다.

아, 나는 여행책을 좋아서 읽더라. 언젠간 나도 한번 써보리라 괜히 다짐하면서.

* 이 서평은 출판사(@dumbo_books )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인 출판사라고 하시는데 좋은 책 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서평을 요청하시면서 그냥 툭 던지는 곳도 몇 군데 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 쓰시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좋았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