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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책방

다시 만난 세계 <어린이라는 세계>

by 짱고아빠 2021.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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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2학년 때였나? 수많은 방학 숙제 중 하나로 그림일기가 있었다. 물론 나는 주로 개학 전날 한 달 치 일기를 몰아 쓰는 작가였고, 그날 밤도 여지없이 창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상상력이 폭발해 버린 나는 새총으로 참새를 잡았고 그 참새를 구워서 친구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는 뻥을 치고야 말았다. 언젠가 엄마 손에 이끌려 지나가던 포장마차에서 분명 ‘참새구이’란 단어를 보았다.

며칠 뒤 선생님은 나를 따로 불러 진짜로 이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 뉘앙스가 체벌이었는지 어른의 단순한 호기심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선생님의 그 질문에 나는 울음보가 터졌고 아니라고 진짜라고 엉엉 울어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그 후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책은 읽는 동안 계속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미 잊어버린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들이 머릿속에서 대방출 되기도 했다. 이젠 기억의 편린으로만 남은, 아마 나에게도 있었던 것 같은 어린이의 모습들이 되살아나며 나도 제법 귀여울 때가 있었구나 싶기도 했다.

책은 독서 교실에 찾아오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이야기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의 따듯한 시선으로 묶여있다.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의 생각을 넘어선다. 언제부턴가 정형화되어버린 어른의 생각을 툭툭 깨는 아이들의 꾸밈없는 이야기에 인사이트를 얻기도, 때론 반성하기도 한다. 분명 우리도 저런 어린이였을 텐데 어쩌다 우린 매일 거짓과 비난이 난무하는 어른의 삶을 살고 있을까.

정말 어린 왕자의 이야기처럼 어린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간에 따라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는 것일까?

에피소드들과 함께 저자는 어린이들을 계도의 대상으로만 치부하고 존재로 대우하지 않는 어른의 행동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린이를 존재로 존중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도 함께.

읽는 동안 마음이 좋아지는 책이었다. 다만 자꾸 잊어버릴 것 같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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