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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책방

그 해 겨울, 고양이가 있던 시간 <지난 겨울 나의 기억>

by 짱고아빠 2021.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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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손에 들고 읽어내려가긴 했는데 사실 내가 생각하거나 기대했던 책은 아니었다. 그 언젠가 유행했던 파페포포 시리즈 풍의 그림과, 뜬금없이 고양이 시점의 이야기라니. 유치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숙제는 해야겠단 마음으로 넘기다 그만 집중해 버렸다. 이게 뭐야 하면서도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는. 비교하기 좀 그렇지만 막장 드라마 보는 기분이 이런 건가?

첫인상과 달리 책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제는 사회문제가 된 이사하며 반려동물을 버리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사례부터, 캣맘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고양이에 관한 책이다 보니 고양이에 대한 상식도 빼놓지 않는데 길고양이들도 영역을 정하고 그 영역 안에서만 지낸다는 것과 양파와 소금이 들어간 음식 즉 사람이 먹는 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는 것, 털을 스스로 고르는 그루밍 덕에 굳이 목욕할 필요가 없으며 고양이는 기분이 좋을 때 다른 동물처럼 폴짝폴짝 뛰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갸릉거린 다는 것, 우다다는 귀신 보는 고양이가 귀신 잡으러 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건강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 등 고양이를 직접 키워보지 않으면 모를 법한 고양이에 대한 상식을 쉽게 알려준다. 그리고 이들은 한 번 주인으로 정한 이를 끝까지 잊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느 곳에 있든지 간에 처음 마음을 준 그를 끝까지 기다린다는 것. 이 많은 이야기를 부담스럽지 않게 스토리에 녹여 내는데 고양이 키우는 사람으로 이런 책이 좀 더 널리 읽혀도 참 좋겠다 싶었다. 소설보다 차라리 웹툰으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한 시간 남짓 독서 시간 동안 내 고양이는 무릎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졸다 말고 갸릉대다가 뒤집어져 하늘을 보다가 다시 식빵을 굽다가 또다시 온몸을 기대고 잔다. 7년째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이 고양이에게 내가 주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신뢰할만한 어떤 존재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책장 넘어가는 소리와 고양이 갸릉대는 소리만 남아있는 까만 밤. 고양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갸릉대는 소리에 맞추어 앉아있어 본 이들은 안다. 그 어떤 음악보다 편안하고 어떤 담요보다 따듯하다. 고양이에 관한 책을 읽으며,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이 시간이 오래도록 지나지 않기를 바랐다.

2020년에서 21년으로 넘어가는 어느 겨울밤. 언젠가 나 또한 꼭 가야할 어느 겨울이 있다면 오늘을 떠올릴 것만 같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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