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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책방

봄과 좌파와 고양이 중 그 중 제일은 고양이니라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by 짱고아빠 2021.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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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이름이 참 예뻤다. 봄이라니. 계절로의 봄, 보다의 봄. 어떤 의미든 예쁘다. 책 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한때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정당으로 이어지는 한국 진보정당 역사의 한 귀퉁이에서 한 달에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만원 보탠 게 전부지만 그래도 나도 20대엔 맑스를 읽고, 박노자와 김규항의 글을 탐독하며 좌파를 논하곤 했다.(물론 지금은 정치와 가능한 먼 거리에 있으려 한다. 참고로 지금 내 소속정당은 녹색당이다.)

고양이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지구생명체인 동시에 우리 집에도 자는 걸 좋아하는 동거묘 한 분을 8년째 모시고 살고 있다. 거기다 유시민 선생님이 강력추천한 책이라니 사실 안 읽을 이유가 별로 없는 책이기도 했다.

봄과 좌파와 고양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인 이 책은 당연하게도 좌파의 사상논쟁이나 고양이의 귀여움에 관한 책이 아니다. 놀랍게도 책은 그냥 평범한, 2020년의 서울 한가운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밤잠을 설쳐야 할 몇몇 정치인을 제외하고, 우리 대부분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영위하며 먹고 일하고 잠드는 평범한 삶을 영위한다. 그놈의 고양이 좀 갖다버리라는 아빠의 잔소리와 제발 청소 좀 하라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과, 오늘도 내 옷을 입고 나간 언니 년과 내 SNS의 소소한 이야기를 엄마에게 일러바치는 동생 놈의 이야기는 그냥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소소한 하루가 모여 삶이 되고, 나를 지키는 원동력이 된다. 자존감이 되고 내가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 어쩌면 이 평범한 삶에 정치란 하등 쓸데없는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부터 우리는 곧잘 좌우 논쟁에 가족을 잃어버렸다. 밥상은 엎어지기 일쑤고 봄을 흘러가고 고양이를 잃어버렸다.

정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고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될 어떤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좌우를 떠나 진짜 우리에게 중요한 건 사람이고 내 옆에 앉아 온기를 나눠주는 그이다. 어쩌다가 우리가 아무튼 정치의 세월을 지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제 더는 '너는 누구 편이냐?' 는 검증보다 '오늘 잘 지냈니?'라는 말을 듣고 싶다. 따뜻한 엄마표 된장에 밥 말아 먹고 고양이와 함께 양껏 웃을 수 있는 티비나 실컷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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