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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책방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마법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by 짱고아빠 2021.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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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핫한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모두가 권했던 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좋다.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니!

최근 거의 모든 기업의 화두 중 하나가 기후변화, 지속 가능한 성장일 거다.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이 선택한 <1.5도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지금과 같은 삶을 모두가 유지할 경우 지구의 온도가 1.5도 올라갈 것이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6년 남짓.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한 시점에는 회복 탄력성을 잃어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이미 1도는 올랐고 남은 0.5도를 지켜내느냐의 바로 미터에 서 있다. 이미 호주나 몇몇 나라들은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영토의 5~10%가 사라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단다. 우리나라도 인천이나 부산의 해안가 일대가 사라지고 경우에 따라선 한강의 수면이 상승해 한강뷰를 자랑하는 몇몇 동네도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참 인천공항도 바닷속으로 사라진단다.

지구온난화. 교과서 속 시험문제였던 이 문제는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찬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가 신나게 헤엄치다 자기도 모르게 죽어가듯이 우리도 그렇게 죽어가는지도 모른다. 이상한 낌새를 챈 몇몇 개구리가 지금 물이 끓고 있다고 얼른 탈출해야 한다고 외쳐도 별 소용 없는 듯하다. 지구과학 시간을 더듬어 보자면 지구에는 몇 번의 빙하기와 최고 포식자들의 멸종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는데 어쩌면 세상은 이미 그렇게 되기로 정해져 있고 우리는 그 시계에 맞추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억 년 뒤 지구에는 인간화석을 찾아내며 그때 인간이라는 종족이 살았다고 누군가 이야기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책은 우연한 계기로 인해 이 시계를 거스르기로 한 저자의 기록이다. 저자는 환경운동가도 아니고 세상의 흐름에 맞서겠다고 홀로 기치를 들어 올린 투사도 아니다. 다만 쓰레기 없는 삶을 실천하기로 한(그러면서도 매일 실패하고 오늘 또 알아가는) 그저 그런 소시민이다. 이런 저자는 어쩌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게 되었는지의 소소한 경험부터 실천 팁을 하나씩 알려준다. 텀블러, 에코백, 나무 칫솔 사용 같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이 어려운 작은 팁부터 실리콘 백, 델몬트 유리병 사용 같은 꽤 실용적인 꿀팁까지 제법 세세하게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치우는 게 싫어서 어지럽히지도 않는 편이다. 치우는 게 싫어서 배달음식도 시켜 먹지 않는다. 그런 내게 스테인리스 통에 배달음식 받아오기, 병맥주 마시기 같은 건 꽤 실용적인 팁이었고 난 이것들을 당장 오늘부터 실천해 보려 한다.(드디어 배달 떡볶이를 먹을 수 있다) '텀블러는 자꾸 새' 하며 텀블러 사용을 포기했었는데 새지도 않고 보온보냉이 뛰어난 텀블러가 이제는 있다는 사실을 오늘 구글링을 통해 알았으며, 굳이 텀블러가 아니더라도 보온병이란 오래되고 확실한 방법이 있다는 걸 불현듯 생각해냈다.

'하면 할수록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긴 해'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스스로 한 이 말이 치킨과 떡볶이를 내 그릇에 담아오고, 텀블러와 보온병을 고민하는 내게도 적용되었다. '너 참 잘했어.' 스스로에게 주는 인정. 사실 이런 작은 자존감이 우리를 살게 한다. 쓰레기가 줄며 생긴 여백이 어떤 건지도, 또 그 여백을 채울 여유가 무엇인지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나도 북극곰에 별 관심은 없다. 하지만 이유도 없이 누군가가 다치거나 피해를 보는 건 원치 않는다. 지구온난화에 1도 기여하지 않은 투발루나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1차 피해자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커피를 사러 카페에 나왔다. 책을 읽으며 그렇게 다짐하고선 텀블러를 또 두고 왔다. 어쩔 수 없이 머그컵에 커피를 받아 창밖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았다. 내가 잃어버리고 있던 여유가 여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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