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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책방

이게 돼? <규칙 없음>

by 짱고아빠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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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전혀 다른 성공모델을 써 내려감에 따라 넷플릭스에 관한 책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작은 온라인 DVD 대여 업체가 어떻게 미국 최대의 비디오 체인 <블록버스터>를 넘어섰는지는 지겹게 들었던 참이니 이런 유의 이야기라면 사실 이 책을 덮을 양이었다.

하지만 넷플의 CEO 헤이스팅스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은 넷플의 성공스토리 다음으로 넷플의 조직문화를 설명한다. 마크 랜돌프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에서 넷플의 스토리를 적었다면 헤이스팅스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넷플 스토리를 이어받는다. 물론 이 책이 헤이스팅스 정도 되는 사람이 수익을 위해 이 책을 쓰진 않았겠지만, 사실 좀 영악하기까지 하다.

책은 넷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10개의 쳅터로 나누어 설명한다. 지극히 미국적인 조직. 거기다 우리는 ‘가족이 아닌 팀’을 강조하는 넷플의 조직문화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과 굉장히 이질적이다. 모든 경우에 모든 주석을 달아놓은 우리네 조직과 대비해 그들은 크게 두 가지를 강조한다. 사실 이게 넷플 조직문화 전부이기도 하다.

'높은 인재 밀도' 그리고 '솔직함에 따른 자율과 책임'.

그들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타사에 비래 2~3배 높은 연봉도 개의치 않는다. 나이도 경력도 중요치 않다. 그들은 정말로 1명의 탑플레이어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평균 수준의 플레이어보다 2~3배 아니 몇 배의 효과를 낸다고 믿는다. 커리어에 열정적이고 욕심이 많은 탑플레이어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고의 효율을 낸다. 이는 적당한 경쟁과 협업의 시너지를 내며 단숨에 넷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반열에 올려놓았다. 헤이스팅스는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의 조건은 호화스러운 사무실이나 멋진 체육관, 공짜 스사 같은 게 아니라 재능 있고 협동심이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라고. 가족 같은 관계에 의한 시너지가 아니라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것. 이것이 팀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시너지며 하모니라고 넷플은 믿는다.

그는 이를 위해 키퍼 테스트를 권하는데, 키퍼 테스트란 주위의 직원이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잡을 것인가, 혹은 떠나게 둘 것인가를 고민하는 테스트다. 만약 후자라면 넷플은 기꺼이 가장 높은 퇴직금을 지불하고 그를 내보낸다. 이것은 조직 내 건강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리고 넷플은 이들에게 최고의 자율을 선사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휴가는 법정 휴가 15+a가 아니라 ‘너 쉬고 싶은 만큼’이다. 파트너와의 저녁 미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은 1만 원 이하가 아니라 ‘너 먹고 싶은 만큼’이다. 이 파트너와 계약해야겠다는 확신이 서면, 담당자는 그 자리에서 결재라인 없이 사인할 수 있다. 단, 이 모든 결정은 조직을 위해 서여야 한다. 그리고 모든 직원은 자신의 시간에 최대의 책임을 진다.

물론 그 책임이라는 게 퇴사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헤이스팅스는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실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대한 솔직하고 선명하게 그 실패를 모두에게 선샤이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 경험이 쌓고 모두에게 공유되어야만 다른 직원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패는 실패에서 그치지 않고 노하우로 넷플에 남는다.

또, 이 높은 인재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이들은 라이브 360이라는 쉽지 않은 평가방식을 채택한다. 연말에 익명으로 진행되기도 벅찬 상호 평가를 실명으로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해버리는 것이다. 상처와 분노 대잔치로 끝날 것 같은 이 평가의 반응은 의외로 좋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이 평가가 의미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헤이스팅스는 말한다. 직원들의 사심 없는 솔직한 태도 그리고 높은 인재밀도 덕에 우린 이 객관적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다고. 물론 이들의 사업이 세계로 확장되며 각 국가의 문화에 따라 이런 평가방식들은 조금씩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단다.

굳이 넷플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조직문화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업트렌드로 떠오르는 추세다. 연봉과 관계없는 최고의 팀. 국내 스타트업에서도 이러한 조직문화를 도입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일견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 최고의 팀에 내가 속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개인적 과제로 남는다. 국가별로 정해진 노동법이 다 옳다고 말할 순 없지만 모든 노동자의 최대의 니즈는 누가 뭐래도 고용안정일진대 능력에 따른 만인의 투쟁에 대해 상위 10%를 제외한, 우리 같은 90%의 노동자들은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하는가. 일등이 되기 위해 평생의 싸움을 지속해야 할 것인가 혹은 도태된 상태로 살아야 하는가. 이러한 사회구조는 과연 정의로운가.

하긴 이건 계속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 명확해 보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두의 고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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