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짱고영화

가족이라는 허상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by 짱고아빠 2021. 5. 31.
반응형

영화의 시작과 엔딩은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천국에서 듣고 싶은 말이 뭐예요" 파비안느는 “비밀”이라 말한다.

시작에서는 뭉텅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던 엄마(파비안느)의 대답은, 엔딩에서 촬영장으로 향하는 파비안느와 가족의 모습을 모두 담아내며 하늘로 향한다. 따듯하고 평온해 보인다.

영화는 "나는 배우라서 진실을 다 말하지 않는다. 진실은 재미가 없다"고 자신의 거짓말을 정당화하던 일류 영화배우 엄마와 그 엄마에게 받은 상처를 비난으로 쏘아대는 딸의 이야기 그리고 그 둘을 만나게 하는 또 다른 영화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며 나의 가족이 떠올랐다. 아니 내 가족만 그러할까. 우리는 모두 가족이란 울타리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너지기 일쑤며 무너진 기대에 또 다른 기대를 얹어보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 결국 우린 그도 슈퍼맨이 아닌 역시 약하디약한 나와 같은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가족이란 존재란 본디 힘든 나를 기댈 수 있는 쿠션이 아니라 단지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살짝 걸쳐있는 것임을, 나도 그도 썩 미덥진 않지만 그래도 가족이기에 서로 그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아주 약간의 위로를 받는 단지 그뿐임을.

돌이켜보면 '가족'이라 부를 때 떠오르는 그 화목하고 든든한 이미지는 아마 초등학교 교과서에 박제된 이미지일 뿐이지 현실에서는 도무지 찾아보기 힘든 모양일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딸은 그런 서로를 인정할 때 비로소 만나게 된다. 약하고 비겁하고 아니었으면 하는 그 모습을 마주할 때 그들은 비로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손을 잡는다.

가족이라는 허상에 갇혀 안되는 것들 요구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면 좋겠다.

억지로 친한 척하지 않아도, 억지로 끌어안지 않아도, 억지로 웃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니까.

참 파비안느가 천국에서 듣고 싶었던 말은 뭐였을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