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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러브 앤 머시_결국 사랑이 구원하리라

by 짱고아빠 2015.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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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보이스>라는 그룹이 생소할 수는 있어도,

<surfin' USA>를 못 들어본 사람은 없다.

만약 못들어봤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스마트 폰을 켜고 surfin' USA를 검색해보라.

한 구절만 들어도 아.. 하는 탄성이 터질터이니.


팝음악의 역사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영화가 좀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개뿔도 모르지만 <비치보이스>와 <비틀즈>의 라이벌 관계를 한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좀 더 흥미로울 수도 있다.

그리고 '더 좋은 것'에 대한 집착에 한번이라도 몸부림쳐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심지어 이해가 될지도 모른다.


<러브&머시>는 실화, 정확히는 60년대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거듭는 그룹 <비치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에 관한 이야기이다.

'surfin' 시리즈로 차트를 점령하던 아이돌이었지만, 여름 노래만 부르는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싶던 브라이언 윌슨.

그에게 던져진 <비틀즈>의 '러버소울(Rubber Soul, 1965)'은 그의 일생을 걸고 만들어야 하는 음악에 대한 나침반이 된다.

결국 브라이언은 스스로의 힘으로 폴 메카트니가 극찬한 앨범 <pet sound>를 만들어 내지만, 

평단의 환호에 비해 저조한 판매 스코어는 팀을 와해시키고 이후 브라이언은 신경쇠약에 20년동안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는 가장 화려했던 시기의 1960년대의 브라이언과 그가 대중에서 모습을 감춘 채 무기력하게 숨쉬던 1990년대의 브라이언 윌슨의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가장 화려한 시절이었지만 세상에 없는 음악을 하고 팠던 젋은 날의 야심찬 브라이언과,

약해질대로 약해져 버린 이제 모두에게 버림받고 약에 의지해 살아가는 40대의 브라이언.

영화는 이 둘을 절묘하게 왔다갔다하며 브라이언의 깨져버린 자아가 어떻게 통합되는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또 그 과정 속에 흘러나오는 <비치보이스>의 명곡들, 또한 두 명의 브라이언을 훌륭히 그려낸 존 쿠색과 폴 다노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실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역사상 위대했던 예술가들 중에는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 꽤 많다.

멀리는 베토벤이 그랬고, 가까이는 스티븐 잡스가 대표적일 것이다.

자신의 고집을 한치도 꺾지 않는 그들의 성품은 비록 스스로 단명을 자초했을지언정,

역사가 걸작들이라 부르는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똑같이 천재라 불리웠던 사람.

나서기 싫어하고 모질지 못한 인품 탓에 

아버지를 해고한 것이 미안해서, 

사촌멤버에게 모진 소리한 것이 미안해서,

그동안 나를 지켜준 의사를 배신하는 것이 미안해서.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닫고 그들을 마냥 끌어안으려 했던 그의 모습에서

어쩌면 우리와 너무 닮은 그의 모습이 우리게 주는 위로도 제법 크다.

또 멜린다와 같이 우리 주변에 이미 앉아 우리를 가만히 안아준 사랑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의 행복도.


영화에서 그려지듯 멜린다와의 사랑은 매여 있던 그를 해방시키고 

브라이언은 평생의 역작 'SMiLE'을 40년만에 완성해 내며 2004년 그래미상을 수상한다.


영화의 제목이자 브라이언 윌슨의 첫번째 솔로음반의 첫번째 곡 '러브 앤 머시'

영화 엔딩에 브라이언의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곡의 가사는 이러하다.



턱을 괴고 앉아 형편없는 영화를 보고 있었죠, 결고 이겨 낼수 없을 듯한 폭력이 있었죠.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며 방 안에 누워 있었죠. 저 밖의 많은 이들이 상처입고 있었으며, 그건 너무나도 두려운 일이었죠.

바에서 거기있는 사람들을 보았죠. 이 세상에서 외로움은 공평하지가 않네요.


당신에겐 오늘 밤, 사랑과 자비가 필요해요

오,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에겐 오늘밤, 사랑과 자비가 필요해요



사랑과 자비.

그가 평생에 겪은 무수한 아픔들이 이제는 치유되었을기를 바래본다.

또 그가 노래한 것처럼 그의 노래가 이제 세상이 그의 노래로 말미암아 

사랑과 자비를 내려주기를 가만히 빌어본다.

오늘밤 당신과 나에게도.



덧. 무라카미 하루키는 <잡문집>에서 그의 인생의 음반으로 <비치보이스>의 'pet sounds'를 언급했다.




러브 앤 머시 (2015)

Love & Mercy 
8.6
감독
빌 포래드
출연
존 쿠색, 폴 다노, 엘리자베스 뱅크스, 폴 지아마티, 제이크 아벨
정보
드라마 | 미국 | 121 분 | 201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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