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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암살 - 무엇을 위한 독립이었나

by 짱고아빠 2015.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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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어폐가 있는 말일지 모르나 난 '애국'이란 단어가 별로다.

먹고 사는게 바빠 평소에는 듣기도 쓸일도 없는 이 단어를 주로 듣게 되는 떄와 장소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1번 선거 때, 2번 축구볼 때, 3번 군대에서 훈련병 잡을 때, 4번 외국나가서 우리는 이 단어를 주로 사용된다.

최근엔 미국대사가 피격당해 누웠을 때도 이 단어가 울려퍼지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나라사랑'이라는 이 좋은 뜻의 단어는 어느덧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마케팅 용어,

혹은 아는 단어 몇 개 없는(보수, 자유 등) 영감들의 고유어로 인식되어버렸기 때문일게다.


영화 <암살>에는 지금 아마도 그 '애국'가를 부르는 영감들의 젊은 날이었을 염석진이라는 친구가 등장한다.

한때 뛰어난 독립투사였다가 고문끝에 일본군 밀정이 되어 독립군들을 팔아넘기는 임무를 수행한,

그리고 광복이 되자 스리슬쩍 대한민국 경찰이 되어 부와 권세를 한꺼번에 틀어쥐고,

반민특위의 서슬 퍼런 법정앞에서 '사실 내가 애국자였음'을 강론하였던 인물.


며칠 전 박근령씨가 일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있었기에 지금 발전한 우리나라가 있을 수 있었고, 그래서 위반부 문제를 자꾸 끄집어 내는 것은 이웃나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라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댄 것이 기사화 된 적이 있었다.

물론 학자들 사이에서 '식민지근대화론'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었다만서도,

겁도없이 저런 멍멍이 소리를 카메라 앞에서 지껄여대고도 무사하길 바라는 용기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그 기사의 덧글들,

실제 우리나라가 친일들을 받아들이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다수의 덧글들과 그에 대한 호응은 황당함을 넘어 할말을 잃게 했다.

더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사실은 그렇게 식민지근대화를 찬양하거나 혹은 팩트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SNS계정은 온통 태극기로 도배되어 있다는 사실.

일본이 이 나라를 발전시켰다고 믿으면서,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는 인간들에게 '대한민국'이란 뭘까?..


암살의 표적이 되는 인물 중 친일파 강인국이라는 인물이 있다.

이 양반의 논리가 그거다.

조선을 잘 살게 하려고, 조선인도 사람답게 살게 하려고 조선을 일본에 넘겨야 했고,

그리고 이 대의를 위해 자신의 가족쯤은 어찌되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매정한 이 인물은 결국 자신의 아내와 딸까지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야 만다.


결국 강인국은 이 작전으로 사살되지만, 

무서운 사실은 강인국이 주창한 '잘먹고사니즘'은 백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 반민특위가 처단하지 못한 민족의 반역자들은 이제 애국자로 둔갑하여,

우리나라를 잘살게 하기 위해 내 가족, 우리 민족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두손 높이 들고 강론한다.

그리고 그 알량한 경제발전으로 내 가족과, 내 친구와, 내 이웃에게 행한 모든 죄를 대속하려 한다.

더 짜증나는 건 늘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의 희생아래 호의호식하며,

거기가 국가나 종교의 고상한 이념을 덧씌워 우리를 가르치려 든다는 거다.


영화에는 '잊지마라'는 말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죽음을 앞둔 속사포가, 영감이, 하와이피스톨이.

일본에 맞서 자신의 목숨을 민족앞에 내어놓은 가장 작은 이들이 '나를 잊지말라'고 부탁한다.


'염석전이 밀정이면 사살하라. 그 명령 70년만에 집행합니다'


광복 70주년으로 시끄러운 요즘이다.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이야기가 현실에 나타나 마음이 답답한 오늘이다.

무얼 위한 독립이었나.

어그러진 역사의 단추를 다시 매기위해서는,

잘못 끼워진 단추를 잘라내는 일이 먼저다.




암살 (2015)

Assassination 
8.6
감독
최동훈
출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39 분 | 20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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