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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애국드립

by 짱고아빠 201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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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물어보자.

치열했던 한일전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하나님은 붉은악마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쳤을까,울트라니폰이 되어 간바레를 외쳤을까.

 

1. 나도 한일전이 벌어지던 그 시간에 고등부 우리반 녀석들의 손에 이끌려 한손엔 치킨을 들고 한손엔 카드를 들고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우리나라의 이름, 국가대표팀의 나라의 이름, 내가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그 팀의 고유명사이다.

물론 대한민국이란 이름의 의미는 사람마다 제법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겐 가슴 벅차 터질듯한 감동의 이름일 수도, 누군가에겐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의 이름일수도, 혹은 누군가에겐 증오의 이름일지도 모른다(국가란 이름아래 희생되어간 많은 이들도 있다). 대한민국은 그냥 그런 이름이다.

나도 우리팀이 이긴 것이 좋다. 더군다나 숙명적 라이벌인 일본을 이겼다는 사실이 좋고 기쁘고 자랑스럽다.

 

2. 가카께서 독도를 전격 방문하셨다. 누군가 대통령되고 제일 잘한 일이라던 그 깜짝 방문 몇 달전에 한일군사협정을 맺는답시고 007작전을 펼치던 것을 떠올리면, 이번 일이 얼마나 앞뒤가 안맞는 일인지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본에서는 주한대사가 소환됐단다. 우리 땅에 우리 대통령이 방문하는 게 무슨 큰 문제라고 일본이 저 난리인지 이해하기도 쉽지 않지만, 도대체 가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광복절을 며칠 앞둔 오늘, 일본애들이 가장 바라는 건 독도를 국제영토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회의 심판을 받아보자는 것이다. 일말의 가치도 없는 일에 대해 역대 대한민국 정부는 '미친소리'로 일관하며 쌩까고 있었는데, 이 양반은 거기다 대고 잽을 날린 택이다. 일간 속시원하다 싶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한방 맞은 일본이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잽을 날리며 그들이 원하는대로 독도가 국제분쟁지역으로 움직여지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방문이 하필이면 한일전이 벌어지던 바로 그 날이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한일양국의 반일, 반한 감정은 극에 달았고, 아마 영국에서 축구하는 양국선수들 조차 그 게임에서 절대로 질수없다는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 날 한국은 승리했고, 예상대로 독도는 우리땅 세레머니가 펼쳐졌으며, 게임에 진 일본선수들은 쉽게 고국에 돌아가기 힘든 처지에 놓여버렸다.

축구는 이겼고 남의 일이니 강건너 불구경 택이지만, 만약 우리가 그 게임에서 졌더라면 선수들이 받았을 압박과 부담은 아마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그 부담 가운데 우리 선수들을 그냥 던져두셨다. 승부사인 우리 가카는.

 

3. 박주영의 신들린 골 이후, 명보형의 리더십에 대한 언론의 극찬세레머니가 솟아날 즈음. 명보형이 고개숙인 박주영 데리고 기자회견하던 게 생각났다. 

'모나코박', 자의든 타의든 실수든 간에 잘나갈때 해외에서 공 좀 더 차보자던 소망은 전국민적 비아냥거리가 되었고, 아스날 벤치에 쳐박혀 시간만 보내던 그를 부른 홍명보 감독이 직접 박주영 옆자리에 앉아 '얘 내가 올림픽 데려간다, 책임진다'라 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 대한민국 언론인(나홀로 댓글 언론인 포함)이여, 그대는 그때 뭐라고 떠들어 대었나.

나는 아직도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유치한 결정이 '유승준 입국거부' 사태라 생각한다. 아직도 그는 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고 있다. 

'군대'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그렇기에 건장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신성한 국가의 의무를 지닌다. 그 논제에 의거하여 모나코박은 군대를 가든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 외쳤던 분들은, 대한체육회 및 헌법제판소를 상대로 제소하여 메달리스트에 대한 군면제 규정을 없앨것을 강력히 주장하라. 사실 대한민국에 그 친구들 만큼 건장한 청년들이 어딨는가?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도전한 모나코박이 당신이 응원하는 대한민국팀의 결승골을 넣고 당당히 군필자가 되는 장면이 그대는 어색하지도 않던가?


4. 올림픽이 중반으로 치달으며 몇몇 종목의 경기가 모두 끝나고 집에 갈 짐을 꾸리는 선수들에게 메달리스트들은 올림픽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돌아오라는 국가의 명이 있었다고 한다. 이유인 즉슨, 국가의 이름을 드높인 메달리스트들이 한꺼번에 귀국하여 환영행사를 하는게 그림도 좋고, 퍼레이드 이런거하면 멋있기도하고 그래서란다. 베이징올림픽 때 우리같은 사람들은 처음 본 귀국환영행사(7~80년대에나 하던)가 반응이 좋아보였나보다. 박태환 선수를 중심으로 집에 가고 싶다고 대놓고 징징거리는 경우가 발생했고, 애국자임을 자처하는 이들은 그들에게 국가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훈련시켜줬는데 니 경기 끝났다고 쏙 빠져서 집에 가느냐며 선수 개개인의 개인주의를 지탄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 드립은 파괴력이 크지 않아 청와대에서 밥 안먹여도 되니 고생한 선수들 고마 집에 보내줘라는 여론에 밀려 메달리스트들이 집에 올 수 있었다. 

 

5. 툭깨놓고 하나만 묻자. 대한민국 축구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것 같은 당신아, 프리미어리그가 20팀인건 알텐더, 혹시 당신은 K-리그가 몇팀으로 운영되는지나 아는가?

 

6. 굉장히 감정적인 글이 되어버렸다. 처음 이야기했지만 나도 우리가 이겨서 기쁘고 좋다. 그런데 축구 A매치날만 갑자기 애국자가 된 이들의 애국가 드립, 독도드립 그리고 이를 조장한듯한 그날의 분위기에는 분명히 불편한 지점이 있었다.

스포츠는 승패를 떠나 그 게임에 참여한 이들이 얼마나 준비를 하고, 공정한 룰에 따라 경기하며, 그 경기에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해 평가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게임에 최선을 다해 공정히 참여했다면 그들은 이기고 짐을 떠나 박수받아야 한다. 그게 스포츠정신, 올림픽 정신이다.

갑자기 내가 딱뿔나기 시작한 지점이 선명해졌다. 이러한 스포츠마저 국가운영의 한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은 인간들과 그에 충실히 부화뇌동하여 한국팀이 승리한 것이 애국심의 절정인 마냥 떠들어댄 댓글인 것 같다.

그럼 경기에서 지면 그들은 친일파 나부랭이가 되는 것인가. 적당히 좀 하자.


7. 첫번째 질문, 모든 일은 영적인 현상을 담고 있다. 일정부분 동의한다. 그치만 오늘 경기가 이긴 것이 마치 하나님이 한국을 사랑하시고 들어쓰신다는 건 좀.... 아 제발. 축구는 축구일 뿐 오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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