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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대한민국 사민주의정당의 태동을 꿈꾸며

by 짱고아빠 2012.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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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보수인가,라는 물음으로 이 글을 시작했으나 이거 다 따지고,
하고픈 얘기를 하려들면 왠지 소논문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보수/진보 따지기는 다음기회에 하도록 하자.
나는 여기서 진보주의자라고 부르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려고 한다.)

교과서를 보면 이념에 따른 스펙트럼을 크게 4가지로 나눈다.

*자유주의-케인즈주의-사민주의-맑스주의(혹은 레닌주의)

자유주의는 부르주아의 해방을 외쳤던 고전자본주의에서 자본의 해방을 꿈꾸는 신자유주의로 진화하고 있으며,

복지국가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복지를 사회전복을 막는 하나의 필요악을 선택하는 케인즈주의,

흔히 북유럽식의 국가가 국민의 복지를 당연시하며, 국민 역시 국가에 대한 납세등의 의무를 이상히 여기지 않는 사민주의,

마지막으로 이제 전세계적으로 점차 종적을 감추고 있는 맑스주의 혹은 레닌주의가 그것이다.


이 네가지 스펙트럼은 사회경제학적 용어이나, 

현대사회에서 경제, 사회, 정치, 복지, 노동 등 다양한 주제를 논할 때 이 스펙트럼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어떠한 정치, 경제, 복지주체든 저 네 가지 스펙트럼 사이 어딘가에는 서 있으며, 그에 맞추어 사고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

물론, 실용주의라는 애매모호한 용어를 사용하며,

자신이 어떠한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인 듯 한데, 

너무 아는게 많아 그 이념의 차이를 극복했거나,

아니면 아는건 쥐뿔도 없으면서 주워들은 풍월을 그대로 읋으며 내가 잘났네 하는 타입.

둘 중의 하나다. 

물론 내가 만난 실용주의를 취한다 떠들어대는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이다.


한국 정치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저 스펙트럼 위에 우리나라 정당을 세울때,

자유주의-새누리당, 케인즈주의-민주당, 사민주의and맑스주의-진보당(민노당,진보신당) 을 놓고 설명하곤 한다.

어느정도 근거 있는 분석이나 내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녹색당, 청년당 등 이번 총선을 계기로 새롭게 떠오르는 당들이 있는데, 그 정당들은 이 스펙트럼과 상관없는 당이다.

녹생당은 환경, 청년당은 청년의 문제에 특화되어 있는 당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정당들은 더 많아져야 하고, 

이런 군소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선거법은 개정되어야만 한다.)


내 생각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스펙트럼에 큰 차이가 없는 정당이다.

이 두당은 시대의 필요에 따라 자유주의를 지지하기도, 케인즈주의를 채택하기도 했다.

적어도 내가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IMF직후만해도 너나 할거없이 신자유주의가 대세인 마냥 떠들었으며,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과 민주당 주요인사들은 난데없이 케인즈주의자로 돌변했다.

새누리당은 팔자에도 없는 서민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캐치프레이즈로 거는 정당이 되었고,

여기에 그 당의 구성원 누구도 딴지 걸지 않았다.

(심지어 조중동도 때로는 이제는 복지다를 외치며 덤벼들었던 것 같다. 쩝;)

내 생각에 새누리당, 기본적으로 이 놈의 정당은 군부독재의 잔재와 거대 경제권력이 결합하며 탄생한 괴물정당이다.

그러니 저런 스펙트럼 자체가 기본적으로 의미없는 정당일 수 밖에 없는 정당.

당주가 이러자 하면 이러고 저러자 하면 저러는.. 이걸 정당이라 하기도 좀 애매한 면이 있긴하지만 이런당이 우리나라 제1당이다.

난 아직도 이 당의 주인은 박정희라고 믿는다.


정통케인즈주의를 표방하는 것 같은 민주당도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번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19대 총선 캐치프레이즈는 별반 다를게 없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 할 수도 있다. 그들이 선점한듯한 의제를 빼앗겼다고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99%를 위한 정당. 서민을 위한 정당, 노동자를 위한 정당.

그렇지만 미안하게도 그 의제들은 대부분 10년전 민노당이 10여석을 점령하며 기세를 올리기 시작할 때 거기서 만들어진 논의들이다.

그때 그들은 한미FTA를 체결했고 또 지지했으며, 신자유주의로의 편승에 몸을 맡기는 것이 오늘 우리의 과제라 웅변했다.

난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더 양심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

조금 더 써주면 우리나라의 진짜 우파. 괜찮은 보수정당이길 바란다.


문제는 진보당인데.(우리나라 진보의 역사가 조금 괴팍하긴 하다)

지금의 통합진보당을 저 스펙트럼 위에 올리면 사민주의와 맑스주의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다.

하긴 지금의 통합진보당은 머리 셋 달린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기에 저 위에 올려두기도 좀 애매하긴 하다.

노무현을 좋아하는 국참당과, 전태일을 따르는 진보신당 탈당파, 또 아직도 혁명의 완수를 꿈꾸는 민노당.

민노당 분당사태를 겪으며 다시는 안보고 살줄 알았던 노심조와 민노당이 다시 합쳤다는 것 부터가 잘못된 동거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PD와 NL의 헤묵은 논쟁은 일단 접어두더라도, 이들의 투닥거림은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오늘날 통합진보당이 10%의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대중정당이 되어서 이 일이 주목을 받는다는 해석도 있지만,

물론 그 해석이 틀리지도 않았지만(그렇지만 04년에도 민주노동당의 제 3당이었다.), 

나는 이 사태의 중심에 있는 유시민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예전처럼 단순히 PD와 NL의 전쟁이었다면 아마도 이 싸움은 이전과 같이 NL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PD의 한가운데 유시민이 등장했고, 진보의 폐쇄적 역사를 도무지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은 상식의 틀안에 진보당을 넣고 흔들어버렸다.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 문제, 당원명부제 등 민노당을 지탱한 거의 모든 근간을 세상에 흔들어 열어젖힘으로, 

예전에 동아리 정당때는 관습처럼,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던 문제들이 속속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단순히 진보계열의 한 분파인줄 알았던 계열이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들은 아직도 7,80년대 구호에 사로잡혀 혁명의 완성을 꿈꾸는 민낯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사실 이 작업은 민노당 분당사태 이전부터 진중권이 시간 날때마자 지적질 한 부분이다.)

그들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제까지의 그들의 행동에 비추어볼 때 쉽게 물러나진 않을게다.

어쨌거나 이들과 도매급으로 넘어간 통합진보당 전체는 반토막난 지지율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관건이 되었으며,

연말에 있을 대선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감당하느냐가 관전포인트가 되어버렸다.


위기는 기회다.

유사이래 한번도 NL을 이겨본 적이 없는 PD들이 유시민의 등장으로 NL을 코너에 밀어붙이고 있다.

이 사실이 우리게 시사하는바는 꽤 크다.

대중적 지지도를 갖추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려 하는 자유주의자가

진보진영의 한가운데로 뚜벅뚜벅 걸어와 7,80년대 이념을 박살내고 있는 이 광경은,

아직 우리나라 역사에는 한번도 있지 않았던 진풍경이기도 하다.

통합진보당은 명실상히 집권을 목표로하는 국민정당이다.

(이건 민노당과의 꽤 큰 차이다. 내가 보기에 그들에게 집권은 막연한 구호에 가까웠으며, 오히려 구성원의 구성과정을 볼 때에 운동권 선후배가 모여들었던 동아리정당의 성격이 짙었다.)

그렇다면 소위 우리나라에서 진보라 하는 이들은 변해야 한다.

낡은 이념과 공허한 구호에 잡혀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유시민이 그런 것처럼 집권을 목표로 언제까지나 국민의 높이까지 낮아지고,

지들만의 언어로 잘난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쉬운, 보다 솔직한 언어로 대중들을 설득하려 노력해야 한다.

난 이번 기회를 계시로 통합진보당이 제대로 된 사민주의를 표방하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이건 유시민을 안고 있는 정당의 한계이기도 하다. 유시민을 안고 맑스주의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심상정을 안고 케인즈주의로 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들만의 이념과 언어의 향연에 빠져있는 동아리 정당을 뛰어 넘어,

대중적 지지와 기반이 명확한, 신자유주주의 한계를 직시하고 대안을 정확히 제시하는. 

그런 정당으로 이들이 거듭나길 바란다.


니체는 낡이 밝았음에도 등불을 들고 신을 찾아 헤메는 늙은이의 등을 부숴버리며 신은 죽었다고 했다.

그래, 북한은 무너지지 않았을지언정, 아 니라에서 낡은 밝아버렸다.

이들이 이제 조금 더 눈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ps. 

아직도 신을 찾아헤메는 이들은 이제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축출시키는 게 옳다.

그것이 설사 이정희라도 도려내고 가야한다.

거부할 수 없는 사실, 지금 이곳은 21세기의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ps2.

한가지 걱정되는 사실은 민노당 대표시절에도 허수아비 대표 같아보였던 강기갑위원장이

주사파 축출을 얼마나 잘해나갈 수 있느냐인데, 잘하겠지 뭐.


ps3.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사파(당권파라는 표현은 좀 싫다)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시할 권리가 있고,

그들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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