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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김구라에 대한 단상 - 본질과 태도, 귄위를 대하는 우리의 이중성에 대하여

by 짱고아빠 201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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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막말이 키워드였던 총선이 끝난지는 두주, 후속타로 터진 김구라 때리기에 이어 그의 은퇴가 선언된지는 일주일정도 지났다.

심하게 뒷북일지는 모르나, 어쨌든 그 일에 관해서는 생각할 게 좀 있었다. 다만 난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ㅠ_ㅠ

10년전, 하릴없던 공익시절, 그가 황봉알, 노숙자와 함께 하던 시사대담을 종종 듣곤 했다.

(시청공익자리는 그만큼 할일이 없었다. 난 때론 5대 주간지나 인터넷신문도 모자라 딴지일보도 정독하곤 했다;; 건 그렇고 이건 굉장히 중요한 차이다. 그 방송을 들었던 사람과 한달전에 처음, 그것도 욕설이 편집된 부분만을 들었던 사람.)

뭐 그땐 그랬다. 어떨땐 속 시원함을, 어떨땐 논리적 비약에 갑갑함을 느꼈으나, 나를 비롯한 대다수(소수?)의 청취자들은 그 언어의 향연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박하거나 뭐 그럴 필요를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말그대로 싫으면 안들으면 그만인 방송이었고, 아니 방송의 수준조차 되지 않는 남자 셋의 욕지기 섞인 만담을 도덕적, 윤리적 잣대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인 일이었으니.

(이런 류의 방송이 팟캐스트의 날개를 달고, 나꼼수를 매개로 부활했다. 정말 세상은 살아봐야 알 일이다.)

어쨌든 그 방송이 10년이 지나 오늘에 되살아나서 김용민의, 김구라의 뒤통수를 쳤다.

혹자는 이야기하더라. 그러니까 말을 조심하고, 언제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늘 겸손하게 살라고.

웃기는 소리다. 그때 김구라도 오늘 이렇게까지 뜰 줄 몰랐겠지만, 설사 알았다고 한들 그가 그 당시 그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들에 대해 몸을 사리거나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던 시절의 그의 입장에 대해선 손톱만큼의 이해도 없이, 10년이나 지난 일에 대해, 이제와서 뒷짐진 채 도덕경을 늘어놓는 것만큼 재수없는 짓이 또 있을까. 

어쨌든 그런 재수없는 입장들은 '너 참 잘나셨습니다' 하고 서라도, 우리는 김구라 사태를 빌어 몇가지 문제에 부딪혀야만 한다.

첫째는 내용을 담는 표현, 태도의 문제이다. 이는 지난해 김동호 목사님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나꼼수'논쟁과도 그대로 연결된다.

김동호 목사님이 지적한 문제는 '나꼼수'의 내용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였다.

비꼼, 그것이 '나꼼수'에는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은 예수님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악으로 악을 이기는 '나꼼수'의 메세지는 속시원할 수 있으나 그 방법에 대해 동의하긴 어렵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목사님의 말씀에 상당부분 공감한다. 아니 정확히 90% 이상 공감한다.

나 역시 '나꼼수'를 처음 접했을때 다소 불편함을 느꼈으며, 그 불편함이 쌓여 무뎌지고, 또 그 내용이 공감하다보니 그 불편함을 상쇄시키고 있는 것이지,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메세지 앞에서 왠지 모르게 주눅드는 건 사실이니 말이다.

(오해가 있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나꼼수가 시사만담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대안언론으로 수정하며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논하도록 하다.)

당시 내가 알고 있기만 해도 엄청난 이들이 '바보야 문제는 내용이다'를 외치며 도전했으며, '욕먹을 짓을 한 사람은 욕을 먹어도 된다. 그 표현은 그가 한짓에 대하면 부족하기까지하다'라는 논리로 나꼼수 옹호대열에 동참했었다.

자, 그렇다면 다시 돌아보자.

김구라와 나꼼수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김용민은 이부그라이브에서 일어난 비인륜적인 포로들의 처우에 대한 비꼼이었으며, 김구라는 당시 성매매특별법에 따른 언급(이에 대한 찬반은 따지지 말자) 도중 일어난 비유였다.

물론 그 비유는 틀렸고 하지 말았어야 할 비유이다. 하지만 난 그게 초보였던(그래서 편집않고 그냥 넘어간) 그의 말실수였다고 생각한다. 많은 정황증거상 그가 그렇게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그건 당시 인터넷 19금 저질방송의 멘트였고, 그걸 찾아듣는이도 손에 꼽을 정도의 소수였으며 그 당시에는 그 발언이 적절했니 아니니 따지는 것조차 말이 안되는 거다.

이에 반해 대안언론으로 발돋움한 나꼼수는 비키니 논쟁 등 많은 표현의 문제점를 그대로 노출했음에도, 그 내용을 충실성과 성실함을 이유로 많은 이들의 비호받고 있으며,

김구라는 그 내용과 관계없이 단지 그때 그 '표현' 하나로 홀로 맨몸으로 그 돌덩이를 맞고 있다. 

이 잣대가 공정한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게, 난 진보먹물들에게 조차 그가 딴따라란 이유로 굉장히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만 같다) 

또, 그 윤리적 잣대를 대자면19금 저질방송 중 문제가 되는 부분만을 잘라서 애어른 할거없이 누구나 보고 들을 수 있는 대중에게 공개한 인간은 왜 청소년보호법으로 잡아가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게 놔두냐는 거다.

두번째는 독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권위주의와 엄숙주의가 알게 모르게 판을 치는 한국사회를 비집고 나와 우리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며 등장한 것이 이른바 '독설가'이고 그 이미지를 온전히 뒤집어 쓰고 나타난 이가 김구라가 아니었던가.

그는 문희준이든, 소녀시대든, 슈퍼주니어든 빠순이즘들의 대척점에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단어로 그들을 발가벗겼고 우리가 할 수 없던 그의 도발에 대해 우리는 열광하지 않았던가.

그 이미지를 개그소재로 써먹으며 살아난 이가 왕비호이고, 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 독설의 제왕들이 등장하면서 이른바 독설이 대세가 되고 소위 할말은 하는 이들이 멋진 이들로 추앙받고, 이것이 나쁜남자 대세론까지 이어지지 않았던가.

시대는 돌고돈다.

밑도끝도없이 휘몰아치는 독설에 많은 이들이 지쳐가는 지금,

난 우리가 독설을 넘어서 좀 더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변하기를 바랬다.

그리고 독설가의 이미지밖에 가지지 못한 김구라가 그 언젠가 독설의 시대의 흐름이 끝나갈즈음 변하던가, 퇴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옛것을 꺼내들어 다시 권위과 엄숙, 윤리의 잣대를 들어 그의 목을 치고야 말았다.

(여기는 끊임없이 과거로, 박통이 통치하던 그 때 그 나라로 가고파하는 보수언론의 역할이 매우 주요했다고 여겨진다)

회귀. 시대는 돌고 돈다.

김구라의 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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