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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불신이란 이름의 헬조선

by 짱고아빠 201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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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누군가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왜 자꾸 부정적으로 보느냐 질타할지 모르나, 여전이 2015년을 사는 우리는 이곳을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돈이 절대 기준이 되어 그것만 가지면 성공했다 추앙받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헬조선의 징후다. 옳다.
그렇지만 서로를 믿지 않는게 상식이 된 사회,
사람을 쉽게 믿는 것이 바보가 된 사회는 헬조선의 징후 정도가 아니라,
이제 우리 사회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비보처럼 들린다.
멈취설 수 없는 기차.

따지고 보면 이 불신의 씨앗은 우리 내부에서 진행되었을것이다.
‘모르는 아저씨가 주는거 먹으면 안돼!'
로 시작된 자녀교육은 우리 모두를 믿지 못하게 했고,
‘구걸하는 이에게 돈을 줬더니 나중에 그렌져 끌고 가더라'
는 카더라 통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내 돈 가져가는 놈은 다 도둑놈이라는 시대의 풍조를 만들어 냈다.

얼마전 기부금 문제를 고발하는 기사가 우후죽순 줄을 이었다.
정작 당사자가 된 단체들 보다 이들을 관리감독하던 세무사, 회계법인에서 발끈하는 모양이다.
기부단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자극적 기사들을 쏟아내고
계속되는 지적에 입도 뻥긋 안하는 가이드스타와 한국일보는 이에 대해 해명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본다.
침소봉대. 언론이 맘먹고 휘두른 칼이 얼마나 큰 공격력을 가지는지 실감하는 거리다.
그들이 불지핀 불신의 불꽃은 연말 기부시장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들은 알까. 그들이 휘두는 칼날만큼 많은 이들이 추운 겨울을 연탄 한장 없이 보낼 거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말하고 설명해도 우리는 서로를 믿지 않는다.
아니 결국 넌 도둑놈, 나쁜사람이라 믿고 싶어하는 것 같다.
도덕적 우위에서 상대를 판단하고 깎아내리는 것이 정의라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한참 구걸하는 이들에 대한 논의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다리가 없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인데 나중에 보니 벌떡 일어나 고급차를 끌고 가더라던 이야기다.
그들을 왜 우리가 도와야 하는가란 항변이었다.
그때 내 대답은 이러했던 것 같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100%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혹시 아는가. 1%. 행여나 내가 돕지 않아 어려워할 이들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나는 기꺼이 속아줄 용의가 있다.
부모님 용돈 받고 살고 있는 축복받은 이들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 몇푼에(이것도 굉장히 나쁜 표현이다 안다)
오늘을 배불리 먹을 이들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나는 기꺼이 속아주겠다.

워낙에 못믿을 세상이 되어버린 건 알지만,
그렇다고 안믿는게 정상이 되어버린 세상은 좀 그렇지 않은가.

응팔의 쌍문동은 그냥 생겨나지 않는다.
한골목을 마주하는 이들이 서로를 믿고 삶을 나눌때,
3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골목공동체가 생겨날 것이다.

이랬으면 좋겠다.라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옆집 이웃과 김치를 나누는 것이 백번낫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골목은 왜 불가능한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70102&CMPT_CD=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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