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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자히르_행복한 사람

by 짱고아빠 2014.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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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세 글자말고는 이 남자를 표현할 말이 마땅찮다.


숫기없는 남자는 어릴적부터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에게 말한마디 붙여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안타까운 사실은 성인이 되면 고백하고자 했던 그녀는

최근 인도의 문제가 되고 있던 집단강간으로 인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남자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더 심한 증세일지 모른다.

시종일관 무표정한 그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주는 밥을 먹고, 자고 또 일어나 밥을 먹는다.

답답한 형은 이곳저곳에서 일을 구해와 동생에게 시켜보지만

어떤 일도 어떤 것도 어떤 말도 그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 마지막에 취직한 여성 옷가게.

그의 의욕없음은 계속되지만 가족의 닥달로 인해 그는 그 일은 꾸역꾸역 버텨나간다.

그 버팀은 이윽고 성실이 되고 그는 어떠면 새로운 삶을 그 가게에서 찾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앞에 어릴적 사랑했던 여자가 나타난다.

그는 그녀를 위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

무심히 서 있는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그는 결국 매장안의 그녀를 훔쳐낸다.

그리고 집에 숨겨두고 그녀와 결혼까지 한다.

혼자 웃고, 혼자 울고, 혼자 좋아하고, 혼자. 섹스한다.


영화 제목인 '자히르'는

한 번 만지거나 보고나면 결코 잊을 수 없고,

우리의 머릿속을 완전히 장악해 광기로 몰아가는 그 무엇이라고 한다.


이미 죽어버린 사랑으로 인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 남자.

그 사랑의 기억으로 인해 오늘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녀를 지키려 한 남자.

영화는 절망적으로 진행된다.

그의 형은 마네킹을 부숴버리고, 남자는 울부짖는다. 

할머니는 그런 형제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갇혀버린 남자는 어딘가에서 주워든 인형을 쓰다듬으며 

엄마는 지키지 못했지만 우리딸은 꼭 지킬거라 말한다.


미.친.놈.

섬뜩한 엔딩장면을 끝으로,

저 미친놈을 어찌할꼬란 답답함이 물밀듯 올라오지만,

그런데 말이다.

사랑에 빠져 '사람들이 나를 미쳤다고 해'라고 너털웃음 짓는 그는, 

어쩌면 행복하지 않았을까.


물론 행복은 그런게 아니라고 항변하면 할말은 없다지만,

최소한 자신만의 세계마저 구축하지 못한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행복한 척하는 우리네 삶보다 그의 삶이 정직할 수 있지 않을까.


함부로 미친놈이란 단어를 들이대기 전에 우린 어쩌면 가슴에 손을 얹고

그 남자의 생과 사랑에 대해 되짚어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나의 삶과 나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_<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덧.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 역시 영화보며 반은 잤다.....


_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_



자히르

Zahir 
5
감독
싯다르타 시바
출연
지투 조니, 지조이 P. R., 말라시 메논 G., 딜리쉬 필립
정보
드라마 | 인도 | 101 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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