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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돌에 새긴 기억_기억하라

by 짱고아빠 2014.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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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이 축출된 지 10년이 넘었다.

아니 10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난 자리.

그 빈자리를 오늘을 사는 이라크인들이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 

영화는 정확하게 그리고 아프게 보여준다.


여김없이 그 자리는 자본이 채우고 있다.

어릴적 사담 후세인에 대해 금지된 영화를 상영하다 아버지의 죽음을 묵도한 '후세인(주인공)'은

영화감독이 되어 그때의 기억들을 영화에 담으려 한다.

이제 10년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와 그의 친구들은 이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거라 믿는다.


하지만 무슬림의 명예가 중요한 이들은 감독 후세인에게 여주인공을 허락하지 않았고,

사담에 의해 대량수감되었다 쫓겨나 이제 난민촌을 이루고 있던 정치범들은 감독 후세인에게 출연료만을 요구한다.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유일한 극장마저 터키식당으로 재개발된다고 하고,

개방과 동시에 신흥부호가 된 졸부가수는 영화를 위해 덜컥 주연이 되어 과감한 발연기를 선보인다.

심지어 이 자는 영화를 찍는 것과 동시에 쿠르드인들의 학살의 기억이 담긴 감옥에 자신의 리조트를 짓겠다는 야심을 선보인다.


설상가상. 

십고초려 끝에 원치않은 결혼을 감수하면서까지 출연하게 된 여배우의 남편으로부터 감독 후세인은 총에 맞고,

이라크 경찰은 사건을 돌려보는 촬영비디오 속의 수많은 엑스트라를 보며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냐며 훈계한다.

이란에서 어렵게 들여온 촬영장비는 돈 몇푼에 영화를 채 마무리하지도 못한 채 돌려줘야 할 위기에 처한다.


어렵게 어렵게 영화는 완성된다.

하지만 불행은 그들을 비켜가지 않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감옥에서 첫상영된 영화는 발전기 고장으로 인해 수많은 관람객을 돌려보냈고,

그 다음에 쏟아진 비는 그나마 얼마남지 않은 이들마저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이라크의 아픔을 들여다 보는 이는,

결국 영화를 시작했던 그들이 전부였다.



그렇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우린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때론 그 잊음이 필요하고 또 그래야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알량한 돈 몇 푼에 민족의 자존심을 팔아버린 이들에게 역사는 없다.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라는 그럴듯한 훈계속에 우리는 실패를 되풀이 하기만 한다.

집요하게 기억하고 되살려내고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야 한다.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감옥 벽에 새긴 이름.

그 아픔의 기억들을 보며 함께 울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있지 말아야 할 것들을 과감히 잘라내고,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무슨 일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 밝혀내야 한다.

수많은 지랄들을 겪고 감독 후세인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그 영화를 바라보는 이들이 8명이지만 다행인 것은 감독 후세인이 남긴 것은 영화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어디서든 상영될 것이며, 어디서든 이 영화를 보며 쿠르드인의 아픔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아질 것이다.

지금 기억하지 말하는 이들이 적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자.

역사는 반드시 기억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 역사를 들추어 낼 것이다.


엔딩크레딧 사이로 쏟아지는 영사기 속의 빛.

쏟아지는 빗줄기를, 그 캄캄한 어둠속을 뚫고 전진하는 그 빛.

예수께서는 우리를 빛으로 부르셨다.

뚜벅뚜벅. 그 빛으로 살아가라 예수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_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_



돌에 새긴 기억

Memories On 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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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샤우캇 아민 코르키
출연
후세인 하산, 나즈미 키릭
정보
드라마 | 이라크, 독일 | 97 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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