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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산타바바라_삽십대의 사랑이야기

by 짱고아빠 2014.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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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제주 여행중이다.
혼자 텐트를 짊어지고 제주에 왔다.
여행. 무엇이든 허용되고, 조금은 흐트러져도 괜찮은 시간, 심지어 난 지금 혼자다.

 

캠핑을 이틀하고 게스트하우스에 이틀 머물계획이었으나,
계획을 좀 바꾸려고 한다.
하루 홀로 산에 있어보니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산을 좋아하고 혼자다니는게 불편치 않았으나 언제부턴가 이제 더 이상 혼자 있는게 싫은 것일 게다.
지금 이 순간 사람이 그립고,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은 것일 게다.
카톡이나 문자메세지, SNS가 아니라 온기를 나누고 함께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고 싶은게다.
삼십대. 도저히 오지 않을 것 같던 나의 삼십대에 난 이렇게 변하고 있다.

 

혼자일지라도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것이 더 중요한 여자와
어디를 가느냐 보다 누구랑 같이 가느냐가 더 중요한 남자.
삼십대,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적당히 사랑이 필요한 나이에 둘은 적당히 만난다.
이십대에 불어닥치는 불같은 감정은 적어도 이 둘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둘은 예상 가능한 만큼만 행동하고, 다가갈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한다.
일로 엮인 사람은 관심없다면서도,
복잡한 가정사가 닮았다며 여자가 교제를 승낙했음에도,
자신의 일을 망쳐버린 남자의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것은 이래서 가능하다.

 

요즘 유행하는 연애 어쩌고 하는 짤에서 죽도록 싸우고도 엉엉 울며 들러붙는 연애는 최소한,
서른줄에 접어서고 사랑 할만큼 해 본 이 둘에게서는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담백하고 정겹다.
누구들의 원처럼 불같지는 않을지언정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백마디의 말보다 가만히 잡아주는 손이,
거기서 전해지는 온기가 얼마나 따뜻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 남자와 여자는 안다.
서로 다른 둘은 자주 싸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가만히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준다는 것의 의미를 아는 둘은 그렇게 가만히 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 같다.

 

뻔한 전개와 뻔한 결말,
기대가 컸기에 영화만 놓고 보면 그다지 괜찮은 영화라 말하긴 어려울지 모르지만,
같은 서른줄에 놓은 우리들의 과하지 않은 사랑이야기가 난 참 좋았다.
산타바바라 와이너리를 따라가는 여정도 참 예뻤고,
윤진서는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배우다. 이 배우가 이렇게 예뻤던가!

 

모든 것이 허락된 일주일.
말같지도 않은 기적이지만 한번 빌어보련다.
가을바람 불어오는 밤, 나의 삼십대도 다시 반짝거릴 수 있길.

 

 


산타바바라 (2014)

6.4
감독
조성규
출연
이상윤, 윤진서, 이솜, 서범석, 신동미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99 분 | 20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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