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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설국열차

by 짱고아빠 2013.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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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테일님의 할리웃 진출작으로도 관심을 쏟기 충분했으나,
실은 난 이 영화가 그렇게 당기진 않았다.
무엇보다 칙칙한 비주얼이 별로였고
그저그런 SF공상영화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좀 일었었다.

그치만,
메가플렉스를 지배하는 대형영화들을 범람에
어차피 영화를 보러갈거라면 볼 수 있는 영화는 한정되 있는 법.

괴물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니 괴물이 서울을 대상으로 한 재앙이었다면
설국열차는 전세계를 멸망시켜 버린다.

인간의 무리한 욕심은 결국 지구에 빙하기를 가져왔고,
살아남은 유일한 인류는 위대한 엔진에 기생하는 열차안 사람들.

열차는 철저히 계급화 된다.
절대 엔진을 숭상하며 일등석 칸에서 여전히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일등 사람들,
반대로 꼬리칸에서 죽지못해 살아가는(결국 서로를 잡아먹고마는) 말등 사람들.
일등칸 사람으로 꼬리칸을 왕래하며 그들을 지배하는 정치인,
꼬리칸 사람들을 태어나서 단한번도 본적없는 일등칸의 평민들.
그리고 말등 사람들의 꿈꾸는 아래로부터의 혁명.
영화는 현대사회를 열차하나로 그대로 압축해버린다.

균형을 맞추는 것.
영화에서 두 시간 내도록 언급하고 있는 단어이다.
한정된 기차안에서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죽어서 인구수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고,
마지막 해양생물의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해 일년에 두번밖에 스시를 먹을 수 없다.(일등칸에 한함)
커티스가 마지막까지 믿을 수 없었던 사실,
꼬리칸의 지도자와 그가 일으킨 열차안의 모든 반란 역시 역시 그 균형을 위해 펼쳐진 자작극일 따름이다.
그리고 그 행위의 정당성은 엔진을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
즉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현실로 귀결된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모토로 하는 공리주의가 작동되어 굴러가는 사회에 인권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그 사회 구성원들의 욕심에 의해 '최대다수'는 '절대소수'가 되기도 하고,
결국 그들이 만들어내고 지배하는 세상속의 소시민인 우리는 그들이 가르치는대로 배우고,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라 착각하며 살아갈 따름이다

적나라하게 현실을 고발해 버리고는 봉감독은,
제3의 인물을 한 귀퉁이에 배치한다.
열차를 설계하였으나 감옥에 갇혀 평생을 살고 있는 미친놈.
마약중독자, 하지만 그가 내뱉은 대사는 단순히 미친놈의 대사는 아니다.

그는 말했다.
기차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고 싶다고.
지금은 저게 문인지 벽인지도 모르고 살고 있지만,
기차밖으로 나가는 저 문을 부수고 나가야한다고.

결국 그의 소망을 이룬건 거의 딸과 흑인소년 둘이다.
그리고 그들앞에는 북극곰 한마리가 놓여있다.

그둘이 북극곰을 잡아먹고 살아갈지,
북극곰이 그들을 잡아먹었을지는 모를일이지만,
어쨌든 균형이란 이름으로 인간을 억압하던 사회시스템을 부수어 버림으로 
결국 새로운 역사는 시작된다.

우리는 지금도 수많은 균형을 맞추고 살고 있다.
그 시소게임은 필히 희생자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 희생은 모두를 위한 어쩔수없는 희생이다.
영화의 대답은 간단하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을 부수어버려라.

물론 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지만,
정말 그 시스템을 부수고 싶었던 나의 이십대가 아련하게 빛나며 되살아 났다.

ps.
커티스가 캡틴아메리카라니!
총리아줌마가 나니아의 얼음마녀였다니!!

ps2.
400억(?)인가 대한민국 최대의 예산을 쏟아부은 영화를
존 허트 아저씨는 작은영화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인터뷰했다.



설국열차 (2013)

Snowpiercer 
7.1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정보
SF, 액션, 드라마 | 한국, 미국, 프랑스 | 126 분 | 20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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