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짱고영화

러스트 앤 본

by 짱고아빠 2013. 7. 30.
반응형



러스트 앤 본.

우리말로 하면 녹과 뼈다.

산화작용으로 인해 쇠붙이의 표면에 끼는 이물질,

그리고 한번 부러지면 다시 붙기 어렵고 붙는다 하더라도 평생을 조심해야할 손의 뼈.


1.영화속 주인공들의 결핍은 그 결핍을 채워줄 누군가를 만나면서 사랑이라는 다른 종류의 물질로 변해간다.

영화니까 가능해야하는 일이지만 사실 이러한 변화는 축복이다.

현실속의 결핍은 보통 저주의 모양으로 우리게 나타나,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죽음으로 이끌어가는 보통 그런 종류의 것들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온갖 방법들이 교육되고 통용되고 읽혀지고 있다.)


2.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하는 것이 좋겠다.

첫눈에 서로 반해 버리는(서로 알아본다는) 아직도 그런 사랑을 믿고 있다면 여기서 그만 읽는것도 좋겠다.

하지만 내가 경험하고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랑은,

한쪽이 먼저 사랑하고, 나머지 한쪽이 그 사랑에 응답하는 형식이다.

누가 먼저이든 관계없으며 그 기간 또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분명한 건, 시작한 이가 있으며 응답한 이가 그것을 '사랑'이라 불러줄때,

비로소 사랑은 시작된다는 것이다.


3.몸으로만 먹고사는 이 프랑스 남자는 필경 경상도 남자를 닮았다.

그는 아주 단순한 삶의 사이클만을 가진다.

자고 먹고 섹스하고 싸우고 아들을 돌보는 것.

그것 외에는 어떤 일도 하지도 않으며 굳이 알려들지도 않는다.

(그가 스테파니게 전화번호를 남긴 것도 따지고 보면 

한번 재미보려는 의도 이외에는 전혀 없다고 추정해도 무방하다.

그는 스테파니의 전화가 있기전에 그녀를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4.우연찮은 사고로 다리가 잘린 이 여자는 사랑을 믿는다.

끔찍한 사고 이후 두 다리가 사라진 어느날 여자는 남자를 기억해 낸다.

동거남보다 조금 괜찮았던 그 남자,

그 남자는 자신의 다리를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고,

그녀게 오히려 수영을 권한다. 그리고 전혀 개의치 않고 저 혼자 바다에 뛰어든다.

이러한 것들이 그녀에겐 그만의 사랑법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 남자는 나를 사랑한다.

이 착각이 그녀의 마음을 그에게 열게 했다.


5.여자는 남자를 끊임없이 바라지만,

남자는 자신의 삶의 사이클 안에서만 여자를 둔다.

섹스가 여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남자는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그에게는 단지 '출장'에 불과하다.

여자는 계속해서 남자를 찾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그 흔한 쪽지하나 남기지 않고 그녀를 떠난다.


6.이런 두 주인공이 결국에 만나기 위한 사건.

아들을 얼음판 밑에서 꺼내기 위한 사투를 벌이며 남자의 주먹은 부서지고 피투성이가 된다.

그리고 그는 세 시간 혼수상태에 있던 아들을 보며 멘붕에 빠지고,

부러지면 잘 붙지않고 평생을 신경써야 한다는 주먹을 물끄러니 내려다보며,

그 주먹처럼 살 것 같았던 남자의 결핍이 완성된다.

여자의 부름에 남자가 응답할 차례인 것이다.


7.그렇게 사랑은 완성된다.

아마 남자는 주먹의 뼈가 시릴때마다 여자를 떠올릴 것이고,

여자는 의족을 대할때마다 남자를 그릴 것이다.


8.세상의 못나디 못난 사람들,

아들을 낳았지만 하나 간수조차 못하는, 그저 싸움이 좋은 퇴물 복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좋아 동거남을 집에 두고도 홀로 클럽을 전전하던 여자.

둘은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삶에서 보다 큰 결핍을 마주하게 되고,

서로를 통해 그 결핍을 맞추어 나가고 그를 통한 구원을 이루어간다.


9.나는 없는 게 많다. 너 역시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제 그 없음을 마주하고,

서로의 없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결핍을 채워줄 시간이다.

사랑. 그 별거아닌 위대한 무언가는 그 없음을 또 다른 물질로 환원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다.




러스트 앤 본 (2013)

Rust and Bone 
8.6
감독
자크 오디아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아만드 베르뒤어, 불리 라네, 셀린느 살레뜨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벨기에, 프랑스 | 120 분 | 2013-05-02
다운로드


반응형

'짱고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테러 라이브, 감기  (0) 2013.08.22
설국열차  (0) 2013.08.04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0) 2013.07.28
빅픽쳐  (0) 2013.07.28
48m  (0) 201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