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있음)
제시는 늙었고,
셀린느는 더 이상 갸녀르지 않다.
비포선라이즈부터 18년을 달려온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종지부를 찍는다.
다시는 이들이 다시 만났을까,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 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들은 부부가 되었다.
제시는 아마 파리에서 셀린느의 집을 떠나지 않은 듯 보이며,
그들은 며칠동안 죽도록 사랑을 한 듯 하다.
그리고 그들은 귀여운 쌍둥이의 부모가 되었다.
미국에 두고 온 아들도 덤으로 있다.
다행스러운 일은 이 아들때문에 싸우기는 하지만,
둘 다 이 아들을 사랑한다.
그러면 됐다.
18년을 끊임없이 속삭인 이들의 대화는 40대가 된 지금,
그 옛날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변해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법 잘 통하는 대화스킬을 구사하던 그들은,
이제 각자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말한다.
다른점은 18년전, 9년전 듣고 말하던 그들이,
이젠 말하고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그들을 변하게 했나보다.
그들은 여전히 하나가 아니라 둘이며,
그 둘은 하나가 되려하기보다 혼자일때의 자신을 요구하며,
누구의 남편 혹은 아내의 역할이 아닌 자신'이기를 바란다.
삶의 무게는 사랑이면 충분했던 지난 세월을 움직이기에 어쩌면 충분했을지 모른다.
하긴 이 지루한 반복이 비단 이들의 이야기이겠냐만은.
비엔나에서 이들이 마음을 확인하던 역할놀이는,
그리스에서는 화해의 도구로 인용된다.
미래에서 온 제시는 셀린느에게 오늘밤이 세상에서 가장 황홀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셀린느는 그 예언을 받는다.
연애 좀 해본 이들이라면,
사랑이라는 감정때문에 상대와 죽도록 싸워봤거나,
차마 싸우지도 못해 혼자 속앓이를 했봤던 이들이라면.
불과 30분전의 그 지랄을 뒤로 하고 그 놀이를 제안하고 받아들임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능했다는 건,
사랑을 믿고 신뢰로 만들어 낸 이들의 내공이 만만찮다는 반증이다.
타임머신으로 되돌려 낸 사랑이란 감정.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열정적이지도 불타오르지도 않지만
또 다른 의미의 사랑으로 서로를 표현하고 그것을 이해하려한다.
다른 무엇이 아닌 오직 둘을 엮어준 사랑이라는 감정,
세월의 무게를 거슬러 그 감정을
지켜나가주는 이들이 무척이나 고맙고 또 고맙다.
새삼 이들의 노년이 궁금해지지만,
링클레이터 감독이 아마 이런 내 소원을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긴 여행을 마치고,
'사랑'
서로를 마음으로 알아볼 때에,
어떤 조건속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기 때문에 맞추어지는 조건들.
현실을 넘으라 말하는 무식한 로멘스가 아닌,
현실을 끌어안고 존재해야만 하는 '사랑'
사랑 참 어렵다. 으흣.
비포 미드나잇 (2013)
Before Midnight
- 감독
- 리차드 링클레이터
- 출연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샤무스 데이비-핏츠패트릭, 아리안느 라베드, 아티나 레이첼 챙가리
- 정보
- 로맨스/멜로 | 미국 | 108 분 | 201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