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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여기 사람이 있다

by 짱고아빠 201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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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 (2012)

Two Doors 
6.8
감독
김일란, 홍지유
출연
권영국, 김형태, 류주형, 박진, 박성훈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01 분 | 201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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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는 말로는 지금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 많이 부족해 보인다.

우리게 흔히 알려진 여기 사람이 있다! 는 외침.

다죽어! 라던 현장의 절규.

2009년 1월 29일 용산 남일당에서의 지옥같은 시간을 우린 차츰 잊어가고 있다.

그날 그곳에서는 철거에 반대하는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죽었다.


그리고 1년만에 철거민들은 유죄처리되고,

남일당 건물은 헐린다. 아마도 그곳에는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깨끗한 도로가 다시 닦일 것이다.

2009년의 참혹한 기억은 까맣게 잊은채,

누군가 그 곳에서 성공을 논할 것이고, 사랑을 속삭일 것이다.



비지니스프랜들리,

이명박정부의 주요 정책기조이자, 본인이 5년동안 어떻게 이 나라를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담은 구호.

그는 철저하게 대한민국의 CEO이길 원한 것 같다.

그 기준에서 선진한국의 국격을 지키려면,

낡고 녹슨 것들은 허물어버리고 새것을 지어야만 한다.

새술은 새부대에라는 성경구절도 아마 그런 그의 믿음에 한몪 단단히 했을 것이다.

낡고 녹슨 것들을 허물기 위해 사용하는 연장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그 낡고 녹슨 것들과 그것들을 해체하기 위해 사용된 연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용산재개발에 반대하기 보다 자신들의 살 권리, 아니 살고싶다는 이야기하기 위해 빌딩에 올라갔던 사람들,

그리고 영문도 모른채 누군가의 고압적인 무전 한통에 의해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 올라간 사람들,

가족의 동료의 허무한 죽음 이후에도 무언가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권력에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

건물 컨테이너에 있던 두개의 문 중 어느 문으로 들어가는 문이고, 어느 문이 나가는 문인지도 몰랐다던 사람들,


누군가가 보기에는 이젠 보이지 않는 세상 뒤편으로 사라지면 좋을 법한 녹슨 것들이고,

단지 그 녹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연장에 불과할 따름이겠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들어줘도 좋지 않았을까?

단 25시간만에 그들을 토끼몰이 하듯 몰아세워 이미 세상의 끝에서 떨어지는 것이 낫다라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던 그들을 그렇게까지 비참하게 던져둘 필요가 있었을까?

투철한 준법정신, 무관용의 원칙을 고수하며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고분분투하시는 그분들의 눈에,

그들은 그저 징징거리는 떼쟁이 집단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를 한번정도는 들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 사람이 있다.

돈보다 더 귀중한,

니가 말하는 그 개똥같은 질서보다 백배는 더 소중한,

여기 사람이 있다.



바야흐로 대선정국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단 1년만에 그대로 덮어버린 이 용산참사는 어떤 모양으로든 다시 정쟁의 가운데에 설 것이다.

그때에 누가 과연 이들의 죽음에 대해 증언하는지, 그리고 책임지는지 똑똑히 지켜보려한다.


여기 사람이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쉬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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