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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We need to talk about Kevin

by 짱고아빠 201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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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2012)

We Need to Talk About Kevin 
8
감독
린 램지
출연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존 C. 라일리, 시옵한 폴론, 애슐리 게라시모비치
정보
스릴러 | 영국, 미국 | 112 분 | 2012-07-26



광복절, 붉은 날 이 붉은 영화를 보았다.

백년만에 찾은 동성아트홀은 그대로였고,

배우들의 연기는 압권이었고,

감독의 디테일은 2시간 동안 나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영화는 철저하게 에바를 중심으로 서술된다.

그리고 시종 일관 붉다.

그건 영화 마지막에 에바가 집을 푸른색으로 도색하기 전까지 계속된다.

영화 초반의 토마토축제장면, 캐빈을 가지게 되는 장면,

온통 붉은 페인트로 뒤덮힌 에바의 집, 

집의 바닥, 조명, 심지어 에바가 입은 옷까지 붉다.


에바의 대척점에선 캐빈은 푸르다.

그는 로빈훗을 닮았다. 그의 방, 그가 입은 잠옷, 그가 쓴 모자.

그가 세상에서 맞선 단 한 사람,

그의 엄마와 반대되는 색을 캐빈은 자신의 색으로 채택했다.


싸움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에바가 캐빈을 원치않게 가지고 부터였는지,

에바가 캐빈의 울음을 힘겨워하여 그를 방치하다시피했던 그때부터였는지,

정확히 말해주진 않지만 캐빈은 자신의 평생을 엄마와 부딪히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는 엄마에 대한 마지막 피의 대화를 시도한다.


캐빈을 소시오패스로 규정지어 버리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야기는 그저 불쌍한 엄마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또 캐빈은 엄마와의 관계를 제외한 모든 관계에서 지극히 정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원제처럼 이 비극이 왜 시작되었는지, 그 주인공인 캐빈에 대해 이야기해야만 한다.

캐빈은 가족과, 체육관 문을 걸어잠근 채 로빈훗이 되어 친구들을 활로 쏘아 죽여버렸다.

이 끔찍한 사건이 오늘날 인터넷 가십이 되어 지구 반대편에까지 어쨌다더라, 그렇다더라, 왜 그랬다더라,

그건 정신분석학적으로 어쨌다더라로 회자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우리에게 램지감독은 에바의 입을 빌어 캐빈의 엄마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게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제 우리가 그 자리로 가서 캐빈과 대화해야 한다. 


에바와 캐빈의 마지막 대화.


왜 그랬는지 들려달라는 엄마의 물음에 아들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겠다고 답한다.

그리고 엄마는 아들을 끌어안는다(영화에서 캐빈이 갓난아기일적을 포함하여 엄마가 아들을 안아주는 장면은 여기가 유일하다).


에바는 자신의 붉은 집을 캐빈의 푸른빛으로 칠한다.

그리고 에바의 집은 처음의 폐허가 아닌 깨끗한 집이 되어있다.


지금도 뉴스에 소개되는 일련의 반사회적 범죄들.

영화는 이 주인공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고 권유한다.

감정적으로 '그 새끼들 죽여'라고 외치기 전에,

조금 진지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용의가 있는가?

그리고 그들과 우리를 구하기 위해 그들을 이해해 줄 용의가 있는가?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이제 캐빈에 대해 이야기해 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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