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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책방

함께, 우리라는 이름으로 사는 것 <고양이가 지구를 구한다>

by 짱고아빠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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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유의 고양이와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나 웹툰은 많다. (언젠가부터 좀 차고 넘치는 느낌이기도 하다) 아마 나도 언젠가 7년째 동거 중인 반려묘 짱고와의 일상들을 기록하고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아직은, 하며 미루고 있는데 아무래도 더 늦기 전에 조만간 똥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저자인 집사와 소금이와의 일 년은 한없이 따듯했던 것 같다.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의미 있는 듯 없는 듯한 고양이와의 일상은 집사에게 수많은 인사이트를 불러일으킨다. 아무 의미 없는 듯한 몸짓에도 집사는 묘한 위로를 받고 그런 집사의 태도에 고양이는 함께 즐거워한다. 그렇게 고양이는 고양이 대로 집사는 집사대로, 묘생과 인생의 큰 한 발을 내디딘다. 동물을 키운다는 것, 생명을 사랑하고 지켜낸다는 건 단순히 반려동물 한 마리를 책임지는 일에 그치지 않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짱고와의 지난 7년 동안 아이에게 준 것보다 사실 내가 받은 게 훨씬 더 많았다.

사람에 치여 자존감이 바닥일 때 나도 사랑받을만한 존재라고 속삭여줬고, 아플 때 밤새 옆에 앉아 지켜주었으며, 머릿속이 복잡해 미쳐버릴 것 같을 때 예의 그 동글한 얼굴로 '그거 사실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해주었다. 너무 먼 미래를 고민하기보다 지금 여기부터 바라보라고 어깨를 툭툭 쳐주었으며 좋은 사람을 가까이하고 싫은 사람을 멀리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래놓고 저는 아프면서도 티도 안 내고 지금도 내 키보드 위를 밟고 지난다.

내 고양이는 어릴 적 고양이 백혈병이라는 범백을 앓았다. 치사율이 70% 가까이 되는,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살 가능성이 별로 없는 병이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치사율도 높지만 워낙 치료비가 만만찮아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보호자님이 선택하시라는 선택지에 비겁한 집사는 고민해보겠다고 하고 도망쳤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고 좀 막막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고양이의 빈자리를 마주하는 순간 전화기를 들었다.

'치료해 주세요'

다행히 내 고양이는 생존한 30%에 속하게 되었다. 일주일 남짓한 입원 기간 동안 매일 동물병원을 찾아가 녀석을 만났고, 아이는 그 작은 팔에 주사를 꽂고는 볼 때마다 갸릉거려 주었다. 한참을 앉았다 떠날 때는 같이 가겠다고 덤벙덤벙 뛰기도 했다. 의사가 말하기를 동물들의 경우 이런 병에 걸렸을 때 본인이 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하던데 이 아이는 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도 나대로 월급 이외에 주말에 할 수 있는 강의란 강의는 다 찾아서 하고 다녔다. 여의치 않으면 주말에 노동일이라도 나갈 참이기도 했다. 만약에 아이가 70%에 속하더라도 나는 이 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내게 자신을 온전히 맡겨버린 작은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나도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짱고는 살이 쪽 빠져서 돌아왔다. 이후 7년을 우린 벌 탈 없이 함께 지냈다.

지난주 고양이 건강검진 시 짱고가 HCM이라는 심장병에 걸렸다고 했다. 증상은 없는데 그게 그렇다고 한다. 증상이 발현되면 길어야 일 년을 못 넘긴다는데 다행히 조기 발견이라 지금부터 관리만 잘하면 된단다. 약 처방을 받았고, 사료와 영양제도 받았다. 2주 후 다시 한번 보기로 했는데 바뀐 사료와 약에 적응을 못 하는 모양이다. 사료는 남기기 일쑤고 매일 보던 변도 잘 보지 않는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조금 오래 자는 것 같으면 불안해 괜히 흔들어 깨우기도 하고, 침대에 뛰어 들어와 갸릉대며 자리를 잡는 걸 보면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한다. 또 우린 이겨내겠지만, 그래도 불안하고 먹먹한 기운은 이기기 힘들다.

별수 없게도 소금이를 보며 나는 자꾸 내 고양이를 떠올렸다. 소금이와 똑같이 행동하던 내 고양이를 자꾸만 머리속에 그렸다. 책을 덮는 순간 짱고가 너무 보고 싶었고 홈 CCTV 너머 짱고를 불렀다. 자다 말고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쭉 빼든 고양이는 이내 잠이 들었다.

이런 고양이를 키우라고 권한다. 물론 다 좋고 사랑스러운 일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돈도 많이 들고 여행 갈 때도 불편하고 괜히 신경 쓸 일도 많아지겠지만 그래도 꼭 한번은 키워보라고 부탁한다. 살아간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분명 재정립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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