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서점 앞 딴에 지독히도 걸려있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사실 그다지 땡기지 않은 표지와 제목이었다. 사실 읽고 난 후에도 대단한 감동이 있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냥 그저 그런 드라마를 한 편 본 느낌. 소설 속 에피소드를 통해 무언가 자꾸 이야기하려 하는 것 같은데 사실 그 감동 포인트가 그다지 와닿지도 누구에게 권할 정도로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사실 이런 유의 책은 참 많다. 도대체 이 책이 왜 뜬 걸까 검색하던 찰나에 저자의 인터뷰를 보았다.
첫 작품에 글쓰기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다고 했다. 심지어 삼성 출신의 이과생이란다. 너무 단편적이고 솔직한 표현이 많아서 책을 읽으면서 프로작가는 아닌 것 같은 데란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진짜로 그렇다는 얘기에 뭔가 묘한 동질감과 부러움, 질투 같은 게 함께 일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음에도 왜 그간 인터뷰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운이 좋아 작가가 된 주제에 했던 얘기 또 할 게 아니라 한 줄이라도 더 써야겠다는 대답도 좋았다. 명작을 쓰겠다는 게 아니라 읽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태도도 좋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나서 어떻냐는 질문에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며 웃어넘기는 작가의 솔직함이 좋았다. '완성해봤자 아무도 안 봐줄 것 같고, 글쓰기는 어렵고, 완성하겠다고 누구랑 약속한 것도 아니고'라는 넋두리도, 그리고 이 책은 내게 한 응원이라는 이야기도 글을 평생 마음속에만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묘한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자면서 꿈을 꾼다. 어떤 꿈은 오래도록 기억되어 삶의 방향이 되기도 하고, 어떤 꿈은 눈을 뜨는 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또 어떤 꿈은 미래에 일어날 어떤 장면을 먼저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한다. 판타지는 여기서 시작된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자신도 모르는 꿈 백화점에서 꿈을 사고 그 꿈을 꾼다. 그리곤 자신이 그 꿈을 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단지 그 꿈을 꾸었다는 기억의 단편만 남을 뿐. 하지만 하룻밤이지만 이곳과 다른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는 그 꿈을 통해 우리는 원하는 무엇이 되기도 하고, 만나고 싶은 누군가를 원 없이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의미 없어 보이는 꿈일지언정 그 꿈은 우리게 삶의 의미가 되기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것은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막대한 부, 정치적 신념, 위대한 사상 같은 것에 하루를 다 써버리지만 결국 우리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저녁 밥상, 포근한 잠자리 그리고 푹 자며 꾸는 행복한 꿈이다. 당신의 위로는 어디에 있을까.
작가는 엉뚱한 데서 찾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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