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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책방

우리 회사도 바뀔 수 있을까? <이직과 퇴사 사이, 결국 회사>

by 짱고아빠 2021.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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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1. 얼마 전 회사에서 호칭을 다 삭제하고 모두를 00님으로 부르기로 했다. 몇 년 전부터 이런 호칭파괴가 힙해지긴 했다. 하지만 십수 년을 팀장님, 과장님, 대리님 하던 게 하루아침에 바뀔까. 어쩌면 당연하게도 우리는 서로를 잘 부르지 않는다. 어색한 공기와 함께 던져지는 '저기요'.

2. 입대할 때 줄기차게 들었던 얘기다. '중간만 해라' 군대는 잘해도 안 되고 못해도 안된다 그냥 중간만 하는 거다. 절대 튀지 말아라. 그렇다고 쳐지지도 말아라. 노말. 중간. 정확히는 열 명이 중 서너 번째 정도만 해라. 모두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잘 모를 이 이야기를 듣고 와서는 서너번째에 서려고 밀당을 벌이곤 했다. 나? 늘 난 이런거에 제일 먼저 나가서 혼나고 마는 서타일이다.

문화라는 게 있다. 한 공동체, 한 세대가 보편적으로 동의하고 공유하는 삶의 양식을 말한다. 이는 힘센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다. 모두가 주체이고 같은 삶을 공유하는 이들끼리의 약속이다.

재미있는 건 이 행동 양식에는 지극히 비이성이고 비상식적인 일도 공공연하게 일어나는데 아무리 상식과 어긋난다고 우겨도 모두가 그렇다면 그냥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아마 군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이 비상식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조직이 아마 회사일 것이다. (하긴 군대도 누군가에겐 회사일지도) 그곳에는 아직도 ‘하면 된다 해봤냐’는 무식하기 까지 한 구호를 입버릇처럼 반복하는 이들이 있으며, 9시까지 출근하래 놓고는 출근은 마땅히 30분 전에 와 준비해야 한다는 이들이 있다. 퇴근도 마찬가지다. 회의 하재 놓고는 1시간 동안 훈화 말씀을 늘어놓으며 소통했다 하고, 본인만 모르고 다 알법한 스킬들을 '스마트ㅇㅇ'이란 이름으로 늘어놓으며 기어이 직원교육을 만들어 낸다. 저야 지적 허영을 채우고 퇴근하면 그만이지만 그 때문에 야근해야 하는 직원들은 죽을 맛이다.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고, 정치가 인사의 바탕이 된다. 아래를 봐도 마찬가지다. 위야 어차피 그러려니 넘어간다지만 제일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은 '나는 옳고 나이 든 너는 무조건 꼰대'라는 오만으로 가득한 젊꼰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매일 같이 스펙타클하게 펼쳐지는 곳. 회사에서는 이 모든 게 그러려니 하는 문화가 된다. 바꿀 수 있을까?

책은 이 조직 문화라는 것들 들추며 엿을 던진다. 10년 차 꼰대의 한 사람으로 마냥 이 답도 없는 조직를 까기만 하는 책이 제법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뭐? 지극히 MZ세대의 입장에서 쓰인 듯한, 그래서 구시렁대며 한 장씩 넘겨가다 어느 순간 무릎이 아! 했다 .

저자는 이 답도 없는 조직에도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10년 전과 지금 조직의 많은 것이 변했다. 옳다. 이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다. 아닌 것을 아니라 말하고 타협하지 않고 버텨준 누군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멀리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부록으로 넣어준 직장생활 백서는 복사해서 자리에 붙여놓고 두고두고 보고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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