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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_그리고 간신히 살아남았다

by 짱고아빠 2014.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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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포스터가 뽑은 이 시대의 3대 문제는 '돈, 섹스, 권력'이다.

대학때 그렇구나라고 무릎치게 만든 이 이슈들에 대해 이제 무덤덤해진 것을 보니,

나도 어느덧 한 달에 얼마를 벌고 또 얼마를 더 벌고 싶어하는

그저그런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구나 싶어 조금 씁쓸하기도 하고 뭐 그렇다.


조던 벨포트,

1990년대 월가를 주름잡았던 시대의 주식브로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지금도 노트북 앞에서 혹은 거래소 대기석에 앉아서 

초초하게 손가락을 두들기고 있을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자신의 어제 산 주식이 터지길 원하고,

내가 가진(혹은 물려받은) 땅에 도로가 관공서가 세워지길 원하며,

로또가 당첨되어 지금의 지긋지긋한 삶을 끝내길 원한다.


그렇게 부자가 되면,

내 손에 수십억, 수백억이 드디어 쥐어지면 

쳇바퀴 돌듯한 지긋지긋한 내 인생이 바뀔거라고 믿고 또 실제로 그것을 향해 지금도 뛰고 또 뛴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누구나 죽도록 살아야 한다. 

자신을 이끌어줄 조력자(혹은 빽이나 끈)이 있으면 더욱 좋다.

조금이라도 게으르면 이 게임에 뒤쳐지게 되며,

뒤쳐지면 시대의 루저가 되어 소위 잉여인간으로 변신하고 만다.

하지만 뒤집기 찬스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로또라든지, 주식이나 부동산 재벌 등이 그 좋은 예이다.

그리고 성실히 살기 어려운 이들은 이 뒤집기 찬스를 호시탐탐히 노린다.

하지만 하늘의 별따기 보다 조금 쉬운 이 찬스가 쉽게 올리 만무하다.


최근엔 이 지긋한 정글게임이 싫거나 낙오된 이들이 

잉여력을 기반으로 한 세로운 시도(이를테면 느리게살기 등)들이 각광받고 있지만,

어쨌거나 아직까진 소수의 몸부림에 그치고 있다.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보다

토익학원에서, 도서관에서, 복권방에서 뭐 각종 삶의 자리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

그 복을 받기위해 힘쓰는 이들이 아직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영화에서 조명하는(아직 끝나지 않은) 벨포트의 삶은 

그의 화려했던, 그렇지만 방탕하기 그지 없던 2-30대의 한부분에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스콜시지와 디카프리오는 179분이라는 런닝타임의 압박속에서도 매력넘치는 그의 삶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돈버는 곳을 정확하게 찾아내는(약간의 사기를 포함해 커미션을 부풀리는) 영특한 주식브로커,

온갖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사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CEO,

가정과 일(접대도 일에 포함)을 잘 구분하는 능력남.

이런 벨포트의 삶은 영화의 북미포스터에서는 단 두 줄로 정의한다.


“나는 26살에 주식 시장 백만장자가 됐고, 36살에 연방 감옥에 수감됐다. 

나는 록스타처럼 파티에 다녔고, 왕처럼 살았다. 

그리고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리고 간신히 살아남았다.


사실 월가의 늑대는 커녕, 여의도의 승냥이도 못되는 2013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은. 

백만장자가 될수도, 감옥에 갈 일도 없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록스타처럼 파티에 다니기는 커녕 홍대클럽도 빠듯한 삶일테고, 

왕은 무슨 백수처럼 방바닥만 굴러다니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 우리네 삶이라고 보는게 정확하다.


그렇다면, 간신히 살아남았다.

사실 이 한줄이 우리네 인생을 정리할 한 줄이자,

그리고 지금의 치열한 삶을 살아내고 우리가 뱉어낼 거의 유일무이한 말일진데

간신히 살아남기 위해, 고작 그러기 위해 오늘을 살고 있다니 뭔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어,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본 이의 결국이 간신히 살아남는거라니.

허허.


하지만 자본주의의 허상이라 봐도 괜찮을 그의 삶 앞에 겸허해지기 보다,

그를 뒤쫓기 위해 오늘을 불사지를 청춘들이 더 많을거라는 사실은 좀 절망적이다.

어쩌겠냐만은.


결국 벨포트의 현재직업은 성공강사란다.

재무관리를 하고 성공비법을 교육하는 강사.

그러고 보면 자기관리에 혈안이 되어있는 지금, 

벨포트는 또 다른 블루오션을 개척한 것일게고 새삼 다시 느끼는 그의 영특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같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될 사실은 누구나 벨포트가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부자되세요', '어떻게 지내냐 는 질문에 그렌져로 대답했다', '우정이라는 핑계로 놀지말고 공부나 해라'

등의 말 같지도 않은 광고들이 버젓이 TV와 신문에 걸리는 시대에,

우리는 간신히 살아남기 위해서 무얼 할 수 있을까.


ps_개츠비에서도 느꼈지만, 타이타닉의 뽀송함을 이겨내고 정말 멋진 배우가 된 다카프리오여! 

자네 참. 멋진 친구로구만.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2014)

The Wolf of Wall Street 
8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나 힐, 매튜 매커너히, 롭 라이너, 존 번달
정보
범죄, 드라마 | 미국 | 179 분 | 201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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