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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셰임_관계의 부재

by 짱고아빠 2014.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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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난 밥먹을 사람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눈뜨고 먹은 음식이라곤 커피한잔과 귤 몇개.

사람을 만나 내 뱉은 말도 커피주문 외에는 크게 없다.

저녁 먹을 사람을 찾기 위해 몇몇 지인들에게 구조요청을 해보았으나,

결국 외로운 섬.

그렇다고 혼자 라면 먹기는 싫고.

누군가에서 징징대기는 더 싫다.

왠지 나를 불편해하는 기색이 없잖고,

나 또한 누구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경우 보통 나 혼자 하루를 잘 보냈다는 느낌을 가지려 이것저것 하게된다.

하지만 이때 느끼는 공허함은 결국 타인에 의해 채워지는 것이지,

나 혼자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하여 채워질 종류의 감정이 아니다.


잘생겼으며, 잘 정돈된 깨끗한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제법 괜찮은 회사에 다니기까지 하는 브랜든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섹스중독이다.

그의 노트북, 집구석구석에는 음란물과 잡지들이 숨어있으며,

심지어 직장컴퓨터 마저 잔뜩 바이러스를 먹여놓아 

밤마다 쭉빵을 찾아 술집을 배회하는,

심지어 어젯밤 제 동생과 뒹굴었던, 소위 저주를 퍼부어도 시원찮을

유부남 직장상사에게마저 추잡한 놈이란 소리까지 듣는다.


그는 '관계'를 잘 알지 못한다.

그 역시 직장에서 만난 여성과 서툰 데이트도 해보고

그녀와의 섹스를 시도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콜걸들과의 수많은 원나잇을 무리없이 수행해 온 그의 물건은

'관계'를 요구하는 이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기만 한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불쑥 찾아온 여동생 씨씨 역시 정상은 아니다.

자기를 버리지만 말아달라며 상경한 첫날부터 전화통 붙들고 울어대고

처음 만난 오빠의 직장상사와도 (심지어 오빠의 집에서) 관계를 가져버린다.

손목에는 몇번이나 그은듯한 자욱이 선명하며,

'넌 내 오빠니까'를 되뇌이며 나 좀 바라봐달라며 오빠에게 매달린다.


관계의 부재를 욕망의 분출로 혼자 해결해 버리는 척하는 브랜든,

관계의 부재를 끊임없는 사람에 대한 집착으로 해결하려는 씨씨.


개별화되고 파편화 된 도시라는 괴물속에 살아가며 

내가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관계의 부재에 대한 각자의 해법은 다를지언정,

이것이 우리의 문제이고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임은 분명해보인다.


밥이야 까짓 혼자 먹으면 될 일이라지만,

말할 사람이 없어 허한 마음은 아무래도 좀 그렇다.


영화의 처음,

혹시 시체가 아닌가 싶었던 왠지 쓸쓸해 보이는 남자의 나신.

그 모습이 지금의 내가, 그리고 이 글을 읽어내려가는 당신은 아닐런지 괜히리 걱정되는 밤이다.




셰임 (2013)

Shame 
7.4
감독
스티브 맥퀸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캐리 멀리건, 제임스 뱃지 데일, 니콜 비하리에, 해나 웨어
정보
드라마 | 영국 | 101 분 | 201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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