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중고서점은 정말 떼내고 싶지만 떼내기 힘든 마력의 서점이다.
지나갈때마다 들를수도 안들를수도 없는 그런.
어제도 슬쩍 들른 그곳에서 나는 10년전에 카트에 넣어두고 잊어버린 책을 꺼내들었고,
오늘같이 어딜가나 사람미어터지는 어린이날.
단숨에 그 책을 읽어내려갔다.
글쎄.
만약 내가 10년전에 이 글들을 읽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들면서,
혹 10년후에 달라이라마를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당신은 행복한가?"란 질문에 달라이라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답한다.
"당신은 외롭지 않은가?"란 질문에 그는 역시 "그렇다"고 답한다.
행복과 외로움,
그는 우리 대부분이 찾고 또 느끼는 감정을,
인간을 일대일의 관계로 좁혀 어떤 특별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으로 치환하고,
개인을 넘어 모든 존재가 나와 연결되 있다고 느끼고 소통할 때,
비로소 외로움을 넘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죽음, 분노, 성공을 향한 몸부림 등 다양한 고통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설파한다.
만약 내가 10년, 20년 후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아마도 그렇구나 하고 얌전히 그의 발밑에 앉아 귀를 기울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같은 삶을 살아가는 오늘의 내게 그의 위로와 잠언은,
조금은 배부른 소리로 들리는 건 내가 삐딱해서일까?
아직 인생을 조금 덜 산 내게 관계란 그리고 관계로 인한 행복이란,
서로가 의미있다 정의하는 것 같다.
홀로 어떠한 관계를 정의내리고 그 안에 들어가 행복을 누리기엔 내 내공이 아직 한참은 부족해서 그런 탓일테지만,
내게 '행복'은 '외로움을 이겨내기'는 나 혼자 마음먹는 정도로 해결해 낼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비단 나 뿐이랴.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우리는 비로소 꽃으로 거듭날게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정의되고 인식될 때 존재가 되고 의미가 될 것이다.
물론 하늘에 계신 분에게 우리는 모두 의미있는 이들이겠지만,
그렇기에 함께 복닥거리며 살라고 가족을, 친구를, 공동체를 허락하신 것이니
하늘에만 존재의 의미를 맡기기는 건 조금 비겁한 일이다.
아직 서른둘.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
하지만 분명한 건 아직 산으로 들어가 도를 닦기보다,
지금 여기서 사랑을 논하고, 꿈을 논하며
내 주변의 이들과 복닥복닥 살아가는게 더 어울릴 나이라는게다.
그러니 좀 더 살아보기로 한다.
지금은 좀 찌질할지언정,
쥐구멍에도 볕들날이 반드시 있을터이니.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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