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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내가 원하는 대통령

by 짱고아빠 201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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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번째 대통령을 뽑는 날이 이제 하루 남았다.

물론 적극적으로 뛴(?) 대선은 세번째이다.

2002년의 첫번째 선거에서 난 권영길후보를 지지했었고,

2007년에 펼쳐진 두번째 선서에서는 정동영이든 문국현이든 좋다. 단 MB는 아니다를 역설하고 다녔다.

(지금도 소신껏 그날밤 난 이명박 찍었다를 역설했던 인간들 찾아가 한대씩 줘박아주고싶다)

그리고 세번째 선거.


처음 두번은 학생이었지만 현재 나는 생활인이다.

적당한 직장에 취업해서 따박따박 월200이 조금 넘는 월급 받아먹고 사는 생활인.

아직 미혼인지라 아이를 키우는데 얼마가 드는지,

주택융자가 어떻게 하는 어려운 이야기를 잘은 모르지만

아무튼 일정한 금액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차를 사기위해 대출받은 금액을 갚고 있으며,

연초에는 얼마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머리굴리는 생활인이다.


지극히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어려운 이들도 나보다 괜찮은 이들도 제법많다.

누군가 보기에는 좀 많아 보이고, 누군가 보기에는 좀 적다싶은.

딱 중간.


서울에 살지않는 내게 월200은 딱 수입인 것 같다.


여기에서 나의 선택의 고민은 시작된다.


먼저, 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수입을 가진 이들이 더 많이 세상에 자신의 것을 나누고,

나보다 없이 사는 이들이 우리가 누리는 혜택을 공유하면서도 그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두번째, 우리 국민에게 물대포를 쏘아대고 오지마라고 컨테이너 장벽을 치는 정권은 이제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치에 안맞을 수도, 틀릴수도, 욕을 할 수도 있다. 어리석은 백성인데 오죽하려나. 

하지만 그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따뜻한 나랏님이었으면 좋겠다.

민주주의사회에서 의견대립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그걸 좀 이해하는 공부하는 나랏님이면 좋겠다.


셋째, 벼랑끝에 몰린 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나랏님이면 좋겠다.

누군들 이 엄동설한에 컨테이너 위에 매달려 있고 싶었나. 물도 음식도 없는 외론 그곳에서 지내고 싶을까.

그걸 이해까지는 못해도 그들이 왜 그거기에 올라갈 수 밖에 없었는지 한번이라도 생각하는 나랏님이면 좋겠다.

떼쓰기로 몰아가서 때려잡을 생각말고, 

노동자들이 나랏일에 기웃거려도 되지않게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나랏님이면 좋겠다.


넷째, 나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나랏님이면 좋겠다.

나는 내 아이들이 흙을 밟고 자라게하고 싶다.

숲에서 뛰놀며 새의 노래를 듣고하고 싶다.

가끔은 X도 밟아보고, 벌레들도 만져보고 뭐 그냥 그렇게 컸으면 좋겠다.

산이고 강이고 콘크리트로 발려서 다니기는 편하나 더 이상 흙냄새나지 않는 황량한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


다섯째, 인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는 나랏님이면 좋겠다.

10년의 민주정부를 거치고 다른 건 몰라도 책과 영화의 발전은 비약적이었다.

물론 지난5년 멀티플렉스의 폐혜가 만만찮지만 아무튼 어딜가나 도서관이 있고 극장이 있어지게 됐다.

하지만 지난5년, 책과 영화와 음악종사자들은 아이돌을 제외하고 누구나 배고픈 시절을 맞았고

이제 그 시대를 종식시켜줄 나랏님이면 참 좋을 것 같다.

내가 그들의 먹고살 문제를 걱정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난 그들에게서 양질의 문화를 보고 느끼고 촉촉하고 싶다.


여섯째, 우리나라가 평화적으로 통일되기를 바라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친북좌파라는 말이. 고유명사가 되지 않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통일을 이용하여 색칠공부하는 텔레토비친구들을 이제 제발 좀 그만봤으면 좋겠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하는 그 통일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큰 아픔이고 눈물인지 이해하며,

그것을 정략적으로 이용해먹지 않고 진지하게 이 일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나랏님이 되면 좋겠다.


덧붙여, 무한도전 계속 볼 수 있게 해주는 나랏님이면 정말 좋겠다.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일.

내일 밤, 자기가 무슨 이야기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그....그러니까.....음.....

하는 이야기. 

쩝=ㅁ=;


아마도 내일 저녁 TV앞에서 맥주잔 혹은 커피잔을 기울이며 개표방송을 지켜볼 것이고,

열받아서 혹은 기분 좋아서 마시던 거 더 마시고 잠들것이다.

내일 밤, 기분 조~타고 소고기 사묵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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