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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사랑학개론_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

by 짱고아빠 2012.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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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2012)

8.6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조정석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18 분 | 2012-03-22



내 아내의 모든 것 (2012)

8.4
감독
민규동
출연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이광수, 김지영
정보
| 한국 | 121 분 | 2012-05-17


건축학개론와 내 아내의 모든 것(이하 내아내..으로 칭한다).


최근에 가장 핫한 멜로영화 두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랑한 멜로영화와,

포스터의 느낌만으로 모든 내용을 꽤뚫어 볼 수 있는 코미디영화.

예고편과 동시에 모든 영화내용이 공개되기에 뭐 딱히 줄거리를 논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리고 무까끼하게 두 영화를 나누면,

건축학개론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내아내의..는 이루고도 알지 못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


건축학개론이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련함,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으로 우리를 말랑하게 한다면,

내아내의.. 는 이루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룸(결혼?) 이후에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 제법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

사실 이런류의 영화는 제법 많았지만,

조폭을 빼고 오랫만에 선전하는 한국영화들이니(그리고 내가 본..;;) 이 녀석들에 대한 이야기만 해보자.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을 전진배치해 30대 이상의 감성을 잡아당긴 건축학개론은

서로 사랑했지만 작은 오해로 인해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남녀의 어제와 오늘을 그리고 있다.

CD플레이어, 전람회, 힙합바지, 무스 등 90년대 감성을 전진배치하여,

만약 그때도 오늘처럼 휴대폰이 있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상황들 속에서 

과거와 오늘을 오가며, 그날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마음 졸이며 서로를 그리워한다.

(만약 그날 밤 이제훈이 수지에게 어디냐고 문자만 한통 넣었어도, 아마 그들이 10년이나 떨어지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게다)

결과적으로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 아름답다.



코미디 영화의 정석, 캐릭터를 통해 캐릭터 각자의 개인기와 끊임없는 상황극을 통해 적재적소에 빵빵 터트려주고,

억지 상황을 끌고가 감동으로 마무리하는 전형적인 로멘틱코미디의 흐름을 좇는 내아내의..는 

조금 까칠하지만 외로운 아내, 어찌어찌 결혼까지는 골인했지만 결혼 이후 조금씩 망가지고 있는 서로의 모습을 그린 영화이다.

억척주부, 아니 딱딱하고 바른 말 잘하고 그걸 무기로 남편을 꼼짝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주부와 그로부터 끊임없이 도망가고픈 남편.

허허허 웃고는 있지만, 꽤 많은 남자들이 영화 초기의 이선균의 마음을 이해했을 것 같다.

솔직히 얘기하자. 영화라 조금 부풀려졌을지언정 이건 오래 된(이건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커플들의 현실 아닌가?

처음에야 서로 좋아죽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혹은 원하는 것을 이룰수록(거의 대부분이 스킨십)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던 서로의 일과를 묻어대며(아주오래된 연인들, 공이로비), 그 즈음 안보이던 다리 털도 보이기 시작하고(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홍상수), 

속된 말로 잡은고기 먹이 안준다는 표현따위를 겁도없이 지껄여가며 자신이 무얼 사랑해야하는지 망각하고야 말아버리는.

조금 끔찍하지만 정직하게 이러한 상황에 처해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커플이 어디 한둘인가?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예전에 '우리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의 초기 멤버 중,

모든 이들이 알렉스를 찬양하며 그의 자상함을 논했지만, 나는 오히려 정형돈-사유리 커플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홀로 우겼다.

아마, 우리나라 80% 이상의 남자짐승들이 그렇게 살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엔 그렇게 요리를 잘하는 남자도, 퇴근후 가사일에 지친 아내의 발을 매일 씻어줄 체력이 되는 남자도 별로 없다.


건축학개론에 나온 이루어지진 않을지언정, 아련하고 애절한 사랑을 그린다면야 모르겠지만,

(이것도 사랑이다.)

결혼 그 이후 평생을 함께 살아갈 사람이라면 꿈은 일찍 깨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내아내의.. 에서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신 카사노바씨.

사실 진짜 사랑을 꿈꾸는 남자들이라면 그의 행동거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작업에 들어가기 전 남편에게 요구한 것, 그건 다름아닌 '아내의 모든 것'이었다.

아내의 행동, 말투, 좋아하는 것, 정치신념,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그릇, 좋아하는.....

혹시 이 글을 읽고 있을 남편 혹은 남자친구들이여,

아내 혹은 여자친구의 위시리스트를 당신은 알고 있는가?


카사노바는 여자에게 여자가 삶에서 좋아하고 사랑하는 그 모든 것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풀어놓았다.

매일 그대와아~ 화면밖에서 빵 하고 터진 그 노래에 화면안의 여자는 눈망울이 촉촉해지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평범한 주부에서 리포터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보여준 무궁무진한 잠재력,

이렇게 예쁜 아내를 숨겨왔냐고 타박하던 부장님.

아내의 잠재력을 몰랐던 건, 아내가 그렇게 예쁜지 몰랐던 건 오직 세상에서 그 남편하나였다.

친절한 영화는 영화말미에 남편의 입을 통해 그녀가 외로웠다는 사실을 토해낸다.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며 그녀가 겪었을 외로움과 그 외로움을 세상에 오직 한사람,

사랑하는 남편에게만 토해냈고, 또 그걸 남자는 몰랐노라 정말이지 우리가 두번 생각하지 않도록,

아니 너는 어떠냐는 듯이 우리게 명확하게 이야기 해준다.


사랑을 이루고 싶은가?

아니 이루어진 사랑을 잘 유지하며, 사랑하며 살고 싶은가?

영화는 사랑을 원하는 우리게 서로에 대해 공부하라고 이야기한다.


서로가 원하는 것,

서로가 좋아하는 것,

서로가 아끼고 마음을 쏟는 것,

그것을 존중하고 같이 사랑해주라고 이야기한다.


바야흐로 봄이다.

초여름 날씨로 접어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우기려면 아직은 봄이다.


봄날,

사랑은 앎에서 나오고,

앎은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보여주는데서 나오며,

조심스럽지만 자기를 오픈하게 될 때에,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될지 모른다.


이 봄에 사랑을 속삭이는 이들이여.

더 많이 사랑하라.



ps. 

혹시나 해서 하는 얘기인데,

그렇다고 남자에서 '너 나에 대해 공부해'라고 여자가 직접 얘기하는 건

안하느니 못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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