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짱고영화

인사이드 르윈_세상구경

by 짱고아빠 2014. 6. 25.
반응형



'세상구경 잘한거야.'

영화 르윈이 처음과 끝에 부르는 노래 'Hang Me, Oh Hang Me' 마지막 가삿말이다. 이렇게 적적하면서도 헛웃음을 날리게 하고 몰입하게까지 하는 영화라니.


르윈은 떠돌이 삼류가수이다. 있는거라곤 낡은 코트(그것도 얻어 입은) 기타 하나가 전부인 가수. 시대는 1960년대 즈음, 르윈은 기대했던 첫번째 앨범이 실패하고 클럽을 전전하는 신세이다. 클럽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을터인데 영화는 르윈이 손님에게 불려나간 뒷골목에서 몇대 쥐어 터지면서 시작된다. 노래하라고 불러주는 곳은 없고, 낡아 빠진 레이블의 늙은 사장과도 푼에 티격태격 하지만 너땜에 망했다는 폭언이 그들의 마지막이다. 우연히 친구의 애인과 하룻밤을 보냈는데 그녀는 임신을 덜컥 해버리고, 어찌어찌 알게 교수님의 호의덕에 하루 잤으나 고양이를 잃어버렸다. 고양이를 찾아 거리를 헤메고 결국 비슷한 녀석을 찾아냈지만, 르윈이 찾은 고양이는 수컷, 교수님댁의 고양이는 암컷이라 한다. 르윈의 가족들은 혹시 그가 집으로 찾아와 혹시 재워달라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그야말로 되는 일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하나도 없는 인물

마지막 희망이란게 있어 시카고로 오디션을 보러 가던 길에서 만난 이들은 포크가 뭐냐며 르윈을 보자마자 타박이고, 심지어 이들은 도로 한가운데서 체포되기까지한다. 설상가상.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오디션에서 들은 이야기라고는 솔로는 성공할 없고 팀은 어떠냐는 제안 뿐이다.(이미 그는 팀으로 실패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아니라 그의 파트너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그는 지켜봤었다.)

어떠한 문제앞에서도 능글 맞던 르윈은 여기서 처음으로 '지쳤다' 말한다. 잠을 못자서 그런줄 알았는데 지친거였다고 말한다. 그렇게 낙담할대로 낙담한 르윈은 가수의 꿈을 접고 그냥 선원일이나 하려 하지만, 정작 배를 타기 위해 찾아간 곳에선 조합 사람에게 밀린 벌금을 뜯기고는 배는 구경도 못한다. 없이 다시 돌아온 클럽. 개버릇 누구 못준다고 그는 자신의 앞에 노래하던 여인을 조롱하다 그의 남편에게 뒷골목에서 터진다

영화의 첫장면이다. 그랬다. 영화는 르윈의 일주일을 돌아 다시 처음으로 르윈을 돌렸다


영화는 이렇게 끊임없이 반복되고 재구성된다. 르윈을 비롯하여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모두 어디에선가 한번 보았거나,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삶에 지쳐있다. 그 속에서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찾고 싶어하며 어딘가로 자꾸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길을 여의치 않으며 그렇기에 그들은 모두 서로를 속이고 속은채로 살아간다

르윈은 오디션을 보러가기 . 처음으로 요양원의 아버지 앞에서 노래한다. 노래는 아름답고, 르윈은 무언가를 해낼 것만 같지만 노래를 들은 아버지가 오줌을 싸버리는 장면은 결국 무엇하나 맘대로 되지 않는 우리네 삶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하지만 말이다. 묘하게 이런 상황은 왠지 모르게 희망적이다. 르윈이 되돌아온 자리는 그가 처음 있던 자리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 처음 르윈은 이유 없이 얻어맞지만, 영화 끝무렵 그가 어떤 일주일을 보냈는지 알려지고 그가 내뱉은 세상을 향한 노래와 뭔지 모를 희망적인 웃음이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웃음 속에 비슷한 모습의 우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세상의 바닥. 거기서 노래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내가 있다. 사내는 자신에게 주어진 불행을 떨치기 위해  뭐든 해보려고 하지만 결국 그는 노래하는 자리로 돌아간다. 자리가 결국 그가 있어야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가 결국 노래할 것이라는 자신의 운명을 그때의 그가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중요치 않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가 밥딜런에게 영향을 위대한 뮤지션 '데이브 롱크'라는 것이며, 그가 잃어버렸던 고양이의 이름이 '고통속에서도 회귀한다'라는 뜻을 가진 율리시스라는 것이다


버티기. 대단한 꿈을 안고 살지만, 결국 버티는 게 정답일 때가 우리 인생에는 분명히 있다. 싸워 이겨야 할 것 같고 믿음으로 일어서야 할 때도 있지만 세상의 모든 불행이 닥쳐 오는 것만 같을 때, 그저 버텨야 할 때도 분명히 있다. 르윈은 삶을 져버린 자신의 파트너와 달리 삶을 긍정했고 그 삶을 끝까지 붙잡았다. 우리가 본 건 그의 일주일이지만 그는 평생을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살았을 것이다. 때론 뻔뻔하게, 때론 아름답게.


영화의 방점을 찍는 아마도 일주일 동안 르윈만큼 고생했을 고양이이다. 시카고에서 돌아온 르윈이 '지쳤다' 고백할 그때에, 잃어버린 알았던 고양이는 돌아와 있다. 르윈의 삶에도 그가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하나정도는 있게 셈이다. 르윈의 노래가사 마냥 다른이의 잣대로 보면 되는거라곤 하나 없는 삶일지 모르나, 다르게 보면 르윈도, 율리시스도 퍽퍽한 삶에서 어쩌면 세상구경 한번 셈일지 모른다.


되는 하나 없는 우리게 들려주는 르윈의 위로. 위로가 제법 크기에 르윈의 노래가 주는 울림이 가시지 않는다

따뜻한 밤이다.




인사이드 르윈 (2014)

Inside Llewyn Davis 
8.2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이단 필립스, 로빈 바틀렛
정보
드라마 | 미국, 프랑스 | 105 분 | 2014-01-29
다운로드


반응형

'짱고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0) 2014.08.03
refuge  (0) 2014.07.19
Her_나와 너  (1) 2014.06.09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 나도 전화하고 싶어. 누군가에게.  (0) 2014.06.03
인간중독  (0) 201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