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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영화

나는 어디인가

by 짱고아빠 2012.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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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영화를 보았다.
예전부터 봐야지봐야지 했던 해묵은 영화들을 하나하나 꺼내보며 괜히 공상에 잠겨본다.

곧잘 프랑스영화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홍상수 감독은 2008년도에 프랑스에서 아예 영화를 찍어왔다.
밤과낮, 묘한 대조를 이루는 제목만큼이나, 그리고 그의 전작에서 보여줬던 묘한 반복의 이야기가 전개될거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영화는 김성남씨의 일기와 투박한 내래이션으로 전개되고 그걸로 끝이난다.
물론 그 안에서도 묘하게 닮아있고 반복되는 일상의 패턴은 존재한다.
아마도 민선은 유정의 미래 일것이고, 성인의 미래는 지혜일지 모른다. 또 묘하게 성남의 주위에 있던 현주는 민선이나 성인의 과거일지 모른다. 성인과 유정은 똑같이 성남의 아이를 임신했다 말하지만 거짓과 진실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 성남은 그것이 꿈이라 말하고, 성인은 그런건 꿈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상누각, 머리가 두개달린 소. 가짜대학생, 그리고 섹스와 임신,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성스럽게도 야하게도 보이는)..
여전히 모호한 기호가 남발하는 그의 영화는 결국 서울의 집에서 끝난다.
파리의 한공항에서 알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며 시작된 성남씨는 서울의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구름을 주로 그리는 성남씨는 여전히 꿈을 꾸고, 그 꿈과 현실사이 어디쯤에서 오늘을 살고 있을 것이다.

성남은 극의 초반 여행지인 파리에서의 생활을 다짐하며, 마치 파리에 정착할 듯 잘살아갈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그는 서울로 또 다른 여행을 떠났고, 아마도 2011년에는 또 다른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서울이든 파리든, 꿈속이든 아니든간에 말이다.

불현듯, 나는 어디에 있는가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이 여행에서 나는 행복한가,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할 곳과 시기는 어디인가를 가름하다,

아직은 좀 더 이 생을 살아보기로 한다.


2011.8.21.


밤과 낮 (2008)

Night and Day 
8.2
감독
홍상수
출연
김영호, 박은혜, 황수정, 기주봉, 김유진
정보
드라마 | 한국 | 144 분 | 200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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